2달만에 ‘핵’ 언급한 김정은…“핵억제력으로 더는 전쟁 없을 것”

입력 2020-07-28 18:2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서 발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위적 핵 억제력’을 통해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굳게 지킬 수 있게 됐다며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대내외에 기정사실화하고,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이 같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노병대회에서 연설한 것은 2015년 이후 두 번째다. 북한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인인 7월 27일을 ‘전승절’로 규정하고 1993년부터 노병대회를 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총참모장 등이 참석했다.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휴전 67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6회 전국노병대회가 열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소띈 얼굴을 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노병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데 6000자가량의 연설문 대부분을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해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핵보유로 인한 전략적 지위 변화로 6·25전쟁 같은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어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국방력을 다지는 길에서 순간도 멈춰 서지 않을 것”이라며 잠수함발사탄도비사일(SLBM)과 초대형 방사포 등 전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핵’과 관련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두 달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22일간의 잠행을 마친 뒤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새로운 전략무력 운영 방침’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주재한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확대 및 비공개 회의에서는 ‘전쟁 억제력 강화’라는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며 불필요한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열흘 새 발언 수위가 다시 높아진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핵보유국인 점을 대내외에 강조하면서 핵무기 보유의 중요성을 김 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1월인 미국 대선 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전략무기 개발을 통해 그동안 ‘몸값’을 올려놓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