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위적 핵 억제력’을 통해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굳게 지킬 수 있게 됐다며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대내외에 기정사실화하고,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이 같이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노병대회에서 연설한 것은 2015년 이후 두 번째다. 북한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인인 7월 27일을 ‘전승절’로 규정하고 1993년부터 노병대회를 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총참모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노병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데 6000자가량의 연설문 대부분을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해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핵보유로 인한 전략적 지위 변화로 6·25전쟁 같은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어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국방력을 다지는 길에서 순간도 멈춰 서지 않을 것”이라며 잠수함발사탄도비사일(SLBM)과 초대형 방사포 등 전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핵’과 관련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두 달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22일간의 잠행을 마친 뒤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새로운 전략무력 운영 방침’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주재한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확대 및 비공개 회의에서는 ‘전쟁 억제력 강화’라는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며 불필요한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열흘 새 발언 수위가 다시 높아진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핵보유국인 점을 대내외에 강조하면서 핵무기 보유의 중요성을 김 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1월인 미국 대선 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전략무기 개발을 통해 그동안 ‘몸값’을 올려놓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