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는 달라진다더니…여야, 부동산 법안 두고 파행 거듭

입력 2020-07-28 18:19

국회가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심사에 돌입했지만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가 격하게 대립하며 파행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상정을 밀어붙이는 등 독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은 소관 부처를 상대로 심사를 이어갔다.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부동산 관련 법안 심사에 착수했다.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할 부동산 3법(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기재위는 오전부터 삐걱거렸다. 민주당은 법안 상정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소위를 구성해서 여야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 소속 윤후덕 기재위원장이 “홍익표 의원이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시급하다며 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3건(부동산3법)을 추가 상정해달라는 서면 동의가 있었다”며 상정 여부를 표결에 부치면서 갈등은 고조됐다. 표결 결과 통합당 의원 9명을 제외한 17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국회법 71조를 이렇게 악용하느냐. 회의 시작 전 인사말에서 힘의 우위로 밀어붙이지 말라고 했는데 한 시간도 안 돼 꼼수를 부린다”며 항의했다. 같은 당 추경호 의원은 “청와대의 일종의 ‘하명’에 특정 법안만 지금 속전속결로 강행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며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지 않자 오전 회의를 정회했다. 오후 2시에 재개된 회의에서도 1시간 넘게 소란이 일었고, 통합당 의원들은 항의의 뜻으로 집단 퇴장했다.


국토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오전부터 간사 선임 문제와 의사일정을 놓고 불협화음이 나기 시작했다. 통합당은 이틀 동안 소관 부처 업무보고를 먼저 받은 뒤 법안을 상정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으로 일정이 많이 지연됐기 때문에 법안 심사를 최대한 빨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간사 선임을 두고도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이헌승 통합당 의원을 간사로 선임하는 것을 반대하면서다.

문 의원은 2014년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부동산 3법’ 개정안에 이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사실을 거론하며 “부동산 3법을 통해 대단한 시세차익을 얻은 의원들 중 한 분이 이 의원이다. 국토위 간사라는 중책을 맡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표결로 간사를 선출할 것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저는 투기를 한 게 아니라 8년간 전세 생활을 하다가 장만한 집이 재개발에 들어가 새집을 마련한 것을 두고 투기로 모는 것은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반박했다.

둘의 설전이 오가자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위원장은 “교섭단체 대표 간사위원은 각 당에 맡기게 돼 있다”며 중재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회의를 속개했지만 진 위원장이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 등을 추가로 상정하고 표결에 들어가자 통합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회의장을 나갔다. 국토위는 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민간임대주택특별법 등 부동산거래신고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8개 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행안위도 통합당 없이 부동산 대책 후속 법안인 지방세법 개정안 등 4건을 상정하고 의결했다. 이날 통합당 측에서는 간사인 박완수 의원만 참석했다가 퇴장했다. 통합당 소속 위원들은 민주당이 특정 법안만 상정한 데 반대하며 불참했다.

박 의원은 상정에 앞서 “양당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고 지방세법 개정안은 숙려기간도 지나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 없이 국민의 조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