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넘은 北여성들, 구금시설서 성폭력 등 학대 노출”

입력 2020-07-28 17:38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다니엘 콜린지 인권관이 28일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 구금 여성 인권 침해 보고서 '여전히 고통스럽다' 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당국의 허락 없이 국경을 넘었다가 붙잡힌 북한 여성들이 구금시설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8일 ‘여전히 고통스럽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구금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보고서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09년에서 2019년 사이 무역이나 가족과의 만남, 탈북 등을 이유로 허가 없이 북한 밖으로 나갔다가 강제 송환돼 구금된 경험이 있는 북한 여성 100여명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여성들은 현재 북한 밖에 있어 조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들은 탈북 등 정치적 성격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돼 국가보위성 시설에 구금됐다. 이곳에서 가혹한 심문과 구타를 당했으며, 이를 견디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북한 구금여성 인권보고서, '여전히 고통스럽다'. 연합뉴스

이들은 또 학대, 성폭력, 강제 낙태, 영아 살해, 강제 노동, 알몸 체강(몸 구멍) 수색 등 인권침해를 겪었다고 진술했다. 15㎡(약 4.5평) 공간에 최대 20명이 구금됐고, 생리대는 물론 비누와 화장지 등 기본적인 세면도구를 받지 못했으며, 남성 교도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씻어야 했다.

보고서는 “비인도적인 환경에 구금된 여성들은 식량을 박탈당하고 고문·학대를 겪으며 강제 노동에 동원되고, 성폭력을 비롯한 젠더에 따른 폭력에 노출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경험한다”고 밝혔다.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북한은 국제 인권 규범·표준을 준수하고 인권침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보고서 발간 전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보고서를 북한 정부에 전달했지만 북한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도 덧붙였다.

북한은 2017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총 6473명의 여성이 공식 허가를 받지 않고 국외에 다녀왔다는 답변을 제출했다. 이들 대다수는 경제적 사유로 다녀오거나 인신매매 피해자이고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