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강화읍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미정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정자로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4호다.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과하면 철책 밑을 가로질러 한강으로 나갈 수 있다. 북쪽에는 바로 황해도가 있다. 김씨는 18일 새벽 2시20분쯤 택시를 타고 월곳리에 도착해 만조 시간대에 이 배수로로 월북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배수로에는 철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김씨는 이를 어렵지 않게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배수로의 장애물이 좀 오래됐다. 윤형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 식별됐다”며 “장애물을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월북 시점이 만조 때라서 (배수로 탈출 후) 김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머리만 내놓고 떠서 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김씨가 왜소한 체격이어서 철망을 빠져나가기 더 쉬웠을 거라고 본다. 김씨의 신장은 163㎝, 몸무게는 54㎏이다.
김준락 실장은 또 “합참은 (김씨가)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군 부대의 감시장비에 월북 정황이 포착됐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이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것으로 경계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김씨가 월북한 지역은 해병 2사단이 경계를 맡고 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당시 경계를 서던 부대원이 감시장비 녹화영상을 실시간 확인했는지, 경계를 매뉴얼대로 진행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부대원 및 지휘관 문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에 무단 침입했을 때도 침입 당시 상황이 감시자산에 포착됐으나 이를 감시병이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당시 군은 감시병 2명이 70여개 모니터를 감시하는 근무체계여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군은 감시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같은 일이 4개월여 만에 또 반복됐다.
군 수뇌부는 경계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방위에서 “백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며 “모든 부분의 무한책임은 장관이 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기 의장도 “합참의장으로서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계 실패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보완 대책을 강구하던 중 월북 상황이 발생했다”며 “근원적 대책을 마련 하겠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