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에서 동료 여경의 신상을 공개해 성폭력 피해자로 만든 경찰간부가 법정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후배 여성경찰관들의 신상을 인터넷 상에 공개한 뒤 음란한 언행을 하는 것처럼 퍼뜨린 혐의(성폭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 위반 등)로 현직 경찰 간부 A경감에 대해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A경감은 지난해 지인들과의 모바일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같은 경찰서 소속 여성 경찰관들의 신상을 공개한 뒤 이들이 스스로 음란한 언행을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접한 지인들은 피해자들에게 음란한 단어가 담긴 메시지와 사진 등 음란물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A경감의 이같은 행위는 최대 9개월 동안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한 정황도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전화번호를 바꾸자 이들은 새 전화번호를 알아내 다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단체 대화방 내에서 피해자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캡처한 뒤 음란한 문구를 합성해 활용한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신 판사는 “피고인이 직접적인 신체적 해를 가하진 않았지만 유포한 피해자들의 신상과 언사들은 지금까지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어 후속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면서 “지인능욕의 노골적인 형태”라고 말했다.
A경감과 가해자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2차 가해를 저지르기도 했다. 신 판사는 “피고가 향후 변호사 자격을 얻는 데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피고의 가족과 지인들이 피해자와 주변인들에게 집요하게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일관되게 엄한 처벌을 요구하는 점과 피고인의 나이, 범행 후 태도를 모두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말 A경감에 대해 1계급 강등 징계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법정구속되면서 당연퇴직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