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기도에서 4급 이상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에서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실거주용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소유 주택을 연말까지 처분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경기도 고위공직자와 산하기관 임원의 주택보유현황이 인사고과에 반영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다주택 고위공직자에 대한 조치는 경기도가 처음이며, 2급 이상 공직자에게 권고한 정부안보다 강력한 수준이다.
또 3기 신도시 지역 역세권내 주택공급 물량의 50%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경기도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고, 기본소득토지세 도입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8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경기도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이런 내용을 담은 ‘경기도 부동산 주요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이 지사는 “부동산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부동산정책 결정에 관여하게 되면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면서 “고위공직자는 주거나 업무용 필수부동산 이외 일체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협조를 구하고 입법실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입법만을 기다릴 수 없어 임시방편으로 투기투자 목적의 다주택 보유 고위공직자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도는 경기도청 소속 4급 이상 공무원과 시·군 부단체장, 도 공공기관 등의 상근 임원과 본부장급 이상 간부(경기주택도시공사는 주택정책기관이라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 처장급 간부까지 포함)를 대상으로 1주택 초과 주택을 연말까지 처분하도록 강력 권고했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로 다주택을 보유할 경우에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6개월 내 해소하도록 했다.
권고위반 시 내년 인사부터 주택보유 현황을 승진, 전보, 성과평가에 반영하고 다주택자는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며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해서는 재임용(임기연장), 승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이를 반영한다.
이 지사는 브리핑 중 “이미 올해 인사에서 고위공무원이 다주택자여서 승진에서 배제된 일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는 이달 1일 기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대상자(4급 이상 공무원, 시·군 부단체장, 공공기관 임원 이상) 332명의 주택 보유현황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2주택 이상 소유자가 28.3%(94명)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는 2주택이 69명으로 가장 많았고, 3주택과 4주택 소유자도 각각 16명, 9명이었다.
소속기관별 다주택자 비율은 도청 4급 이상 23.4%(201명 중 47명), 시·군 부단체장 25.8%(31명 중 8명), 소방재난본부 4급 이상 37.5%(56명 중 21명), 공공기관 임원 40.9%(44명 중 18명)이다.
이와 함께 이 지사는 “주택정책은 가격 억제보다는 다주택 규제에, 다주택 규제보다는 비거주 억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투기·투자 자산인 비거주용은 취득·보유·양도 과정에서 강력한 징벌 과세를 가하는 대신 실거주 1주택에는 세제 금융 우선순위 등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주거용 주택 보유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정부에 거듭 요청했다.
신축 공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거주용 다주택자가 실거주용 이외의 주택을 모두 시장에 내놓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지사의 지론이다.
이 지사는 3기 신도시 내 무주택자용 장기공공임대 기본주택과 토지 임대 조건부 분양주택,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회주택 등 경기도형 공공주택 공급계획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장기공공임대형은 역세권 등 가장 좋은 입지에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초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거주 조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 건설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기존 임대주택과 차별화된다.
임대조건부 분양형은 토지소유권은 건설사업시행자가 건축물과 복리시설에 대한 소유권은 주택을 분양받는 사람이 갖는 주택형태로 토지와 주택 소유권을 모두 분양자가 갖는 현행 아파트 분양형식과 차이가 있다.
토지소유권을 사업시행자가 보유하기 때문에 투기 우려가 없고 일반 분양아파트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는 경기주택도시공사를 통해 3기 신도시에 시범사업으로 도입하고, 사업성과를 분석한 후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임대주택과는 별개로 토지는 공공이 소유한 채 30년 이상 장기간 임대하고 건축물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소유하며 운영하는 ‘경기도 사회주택’ 시범사업도 시작한다.
경기도 사회주택은 공공 소유의 토지를 사회적 협동조합에 30년 이상 장기 임대해 토지매입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고, 이 효과로 협동조합이 주변 시세 대비 80% 수준의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60%는 일반 공모, 40%는 저소득층, 장애인, 1인가구,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 형태로 제공된다.
이밖에도 이 지사는 기본소득형 토지세 도입을 또 건의했다.
그는 “증세분을 일반 재원으로 소모하지 말고 기본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전액 환급하는 조건으로 과감한 부동산세 증세와 기본소득형 토지세를 도입해야 한다”며 “전국적인 도입이 어렵다면 광역 시도가 독자적으로 기본소득토지세(지역화폐형 토지기본소득)를 도입할 수 있게 해달라”며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이번 대책과 관련해 이 지사는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확한 진단과 신념을 실현하고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려면 치밀하면서도 국민 수용성이 높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면서 “지방정부 역할의 한계로 근본적 대책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의지로 경기도 차원의 부동산 대책 몇 가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는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의 인사상 불이익은 헌법에서 보장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라고 못박으며 “고위공직자는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감수 할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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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