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여권의 심의위 비판 논란

입력 2020-07-28 16:37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내자 심의위 제도 자체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심층적인 제도 개선 논의보다는 막연한 의혹제기가 이뤄져 논의의 본질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맛에 맞는 사법적 판단이 나오면 환영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판하는 진영논리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위에 검찰총장 입김이 관여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런 우려를 부정할 수 없다. 검찰총장이 위원을 일방적으로 위촉하고, 위촉 위원은 비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윤석열의 대검에서 구성한 심의위라 불안했다”며 “총장이 뽑은 사람들은 이렇게 초를 치는구나”라고 말했다. 다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심의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심의위가 대검에서 구성돼 편향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제도를 뜯어보면 검찰총장이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반박이 제기된다. 28일 대검 예규를 보면 심의위는 150~250명 위원으로 구성된다.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사회각계 전문가들이 위촉된다. 규정상 총장이 위원들을 위촉한다. 하지만 실무 부서에서 명단을 만들고 총장이 승인하는 형식이다.

실제 심의위 참석자는 위원장이 전체 명단에서 15명을 무작위로 뽑는다. 위원장은 총장이 지명하지만 회의를 주재만 한다. 질문을 하거나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 표결 참여 위원 15명을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꾸리기는 어려운 구조다. 또 위원들이 사건 관계인과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회피 규정도 있다.

위원 논의 과정에서 대검 검사 등은 참여하지 않는다. 의견이 의결되면 검찰에서 결과만 받는다. 위원 명단과 의결 과정이 비공개인 것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 불가피한 것이지 ‘깜깜이’로 볼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물론 심의위 제도에 개선점이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의결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는 것부터 방대한 사건을 하루에 마무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이다. 심의위가 열리는 시점도 논의가 필요하고 비중이 높아진 심의위를 대검 예규에만 근거를 두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심의위 결과에 따라 제도에 대한 평가도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 장관은 지난달에는 국회에서 “검·언 유착 사건은 전문수사자문단이 아니라 수사심의위가 다루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었다. 한 달 만에 심의위와 관련된 입장이 바뀐 셈이다.

추 장관 취임 후인 지난 1월 법무부는 심의위 제도를 가리켜 합리적 규정이라며 일선 검찰청에 적극 권장했었다. 당시 검찰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기소하고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를 앞두고 있었다.

법무부는 합리적 의사 결정 사례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직권남용 사건에 대해 구속 기소를 권고한 심의위 의결 등을 꼽았었다. 안 전 국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았지만 당시 심의위의 의결에는 아무런 비판이 제기되지 않았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심의위 자체가 문재인정부에서 검찰 개혁과 견제의 일환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여권에서 제도를 공격하는 건 모순되는 상황 같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