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발주한 여수신북항 계류시설 축조공사 함선 제작에 사용되고 있는 도료가 시방서와 다른 값싼 도료가 납품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방서에 명시된 함선 부식을 최소화하는 특수 도료가 아닌 값싼 첨가제 도료가 납품됐다는 의혹 제기에 해양수산부가 사실과 다른 해명자료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28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사업 주관처인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은 2015년 12월 여수신북항 계류시설 함선 제작 사업을 발주하면서 시방서에 세라믹코팅제 도료를 사용하도록 명시했다.
염분에 강한 세라믹코팅제 도료를 사용함으로써 함선 부식과 파손을 최소화하기 위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여수해수청은 지난 9일 함선 시방서에 명시된 ‘세라믹코팅제 도료’가 아닌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로 납품을 승인했다.
바닷물에 잠길 함선 하부 등에 사용될 도장용 도료로 명시된 세라믹코팅제 도료는 ‘항만 및 어항공사 표준시방서(2018, 해양수산부 발간)’상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SPS-KPIC 5010-1763)’가 정식 명칭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여수해수청 입장이다.
여수해수청은 이러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해명하며 의혹 덮기에 나섰다.
하지만 ‘항만 및 어항공사 표준시방서(2018, 해양수산부 발간)’에는 ‘세라믹코팅제 도료’가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로 정식 명칭으로 한다는 규정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가 ‘세라믹코팅제 도료’와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의 두 품목이 같은 품목이 아닌데도 마치 해수부 발간의 표준 문서에는 같은 품목으로 규정된 것처럼 사실과 다른 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도료 제조회사 일부 관계자는 “함선 제작시 염분기가 높은 바닷물의 부식에 강한 ‘세라믹코팅제 도료’는 우레탄을 첨가하지 않은 제품이며,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는 우레탄을 기본으로 세라믹을 첨가한 제품인데 따라 품질과 성분 자체가 틀리고 가격 차이도 많이 나서 같은 제품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에는 세라믹코팅제 도료의 경우 20㎏(14ℓ) 기준으로 100만원 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고,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30~40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는데 따라 최소 3배 가까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수해수청이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를 납품·승인하기 위해서는 함선 제작과 관련한 도료 제품 설계를 변경해 시방서에 ‘세라믹코팅제 도료’가 아닌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라고 새롭게 명시하고 제품을 선정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도장업계 한 관계자는 “세라믹이라는 소재가 포함돼 비슷한 도료로 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만일 해수청이 주장한대로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가 정식 명칭이라면 시방서 자체를 바꾸는 설계 변경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공사 서류 일 것이다”면서 “주먹구구식 명칭 부여로 시방서에는 비싼 도료로 기명되고, 실제로는 저렴한 도료가 납품 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며 여수해수청 공사 발주 형태의 부실을 꼬집었다.
이에 여수해수청 관계자는 “(해명자료로 내놓은)세라믹코팅제 도료는 ‘항만 및 어항공사 표준시방서’상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가 정식 명칭이라는 문구는 없다”면서도 “‘세라믹계 우레탄 도료’도 용어는 세라믹코팅제 도료라고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