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의 역설…中 침체에도 국내 배터리 성장 견조

입력 2020-07-28 16:22
SNE리서치 제공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 일시적 호재로 작용했다. 보조금 진입장벽으로 중국 시장에 더디게 진출한 것이 중국 시장 침체의 영향을 줄인 것이다. 다만 업계는 장기화되는 중국 시장 부진으로 중국 정부의 배타적 보조금 정책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2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11개월까지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데다 최근 시작된 중국 남부 지역 홍수까지 악재가 겹친 탓이다.

지난해 전세계 배터리 사용량 중 중국의 비중은 56.1%, 유럽의 비중은 20.8%, 미국의 비중은 16.0%였다. 중국 시장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JV)을 세우는 등 노력해왔다. 지난해 말에서야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일부 차종이 보조금 교부 대상으로 지정됐다.

더딘 중국 시장 진출이 코로나19 국면에서는 긍정적 영향을 줬다. 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침체된 중국 시장의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됐다. 다만 업계는 중국 경기 침체 지속으로 인한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시장 회복 부진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중국 시장 위축의 영향을 받지 않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중요하다”며 “중국 자국 기업 중심의 보조금 정책이 한 차례 연장됐는데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SDI 제공

한편 삼성SDI는 이날 2분기 영업익이 10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92.2%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 55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전지사업부문의 매출은 1조 9187억원이었다. 자동차 전지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완성차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매출이 감소했지만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미국 전력용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해외 매출이 늘었다. 전자재료사업 부문의 매출은 638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0% 증가했다.

삼성SDI는 하반기 중대형 전지가 매출을 견인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의 전기차 지원 정책이 확대돼 자동차 전지 판매가 늘고 e바이크, e스쿠터 등 소형 이동수단 수요 증가로 원형 배터리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영노 삼성SDI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은 코로나19로 수요 위축 우려 등 어려움 있었지만 빠르게 정상화되는 모습 보인다”며 “자동차 전지 사업 흑자전환을 목표로 중장기 성장 발판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