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온 콧수염을 잘랐다. 미국 CNN은 이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었다면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25일 트위터에 “콧수염을 기르고 마스크까지 착용하기엔 서울의 여름은 매우 덥고 습하다”며 콧수염을 잘랐다고 밝혔다. 콧수염을 제거한 이유를 한국 여론의 비난이 아닌 습한 날씨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주미대사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특유의 콧수염으로 인해 조롱과 비난을 받아왔다. 그의 콧수염이 조선총독을 연상시킨다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해리스 대사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 당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는 사정도 콧수염 논란을 증폭시킨 이유가 됐다.
해리스 대사는 “내 콧수염은 해군으로서 복무한 40년간의 삶 이후 외교관으로서의 새 삶을 의미한다”며 이같은 비난을 일축해왔다. 조선총독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에는 “일제강점기 일본 관료뿐 아니라 안중근 의사나 안창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도 콧수염을 길렀다”며 “한국인들은 역사에서 자신들의 원하는 것만 보는 ‘체리피킹’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CNN은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에 대한 논란은 미국이었다면 사실상 인종차별로 여겨졌을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CNN은 “일제강점기 많은 한국인이 짐승 취급을 받으면서 살해되거나 노예로 전락했다”면서 “일본과 관련된 문제는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매우 감정적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인종 국가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단일민족국가로 다인종 가족이 드물고 의외로 외국인 혐오가 만연해있다”면서 “한국인들이 해리스 대사를 미국인이 아닌 ‘일본계 미국인’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