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온라인스토어 매출만 있으면 “대출 OK”

입력 2020-07-28 16:03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28일 서울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열린 ‘네이버 서비스 밋업’에서 하반기 출시 예정인 대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자사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사업자를 위한 대출 서비스를 연내 공개한다. 판매자의 매출이나 상품 리뷰 등을 바탕으로 자체 인공지능(AI)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 가입 문턱을 낮췄다.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르는 금융혁신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취지다.

네이버 금융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최인혁 대표는 28일 서울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열린 ‘네이버 서비스 밋업’에서 중소상공인(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을 위한 대출 상품을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사회초년생을 위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과 선보일 ‘SME 대출’은 금융 이력이 없는 사업자들도 은행권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최초로 사업 정보를 활용한 대출 심사로 승인률과 한도가 높고, 매장이나 소득이 없어도 네이버쇼핑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네이버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는 판매자의 67%가 2030 세대다. 이들 대부분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로, 사업 시작 단계부터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기존 금융권 대출로는 한도나 적거나 금리가 매우 높고, 매장이 없는 온라인 판매자들의 경우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SME 대출 서비스의 핵심은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Alternative Credit Scoring System)이다. 기존 금융권이 매출·세금·매장 크기 등을 기준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달리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매출 흐름과 판매자 신뢰도 등을 실시간으로 적용한다. 전년도 매출이나 매장이 없는 판매자들도 금융 서비스 이용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ACSS 구축을 총괄하고 있는 데이터랩 김유원 박사는 “기존 신용평가회사(CB·Credit Bureau)가 가진 금융 데이터에 판매자들의 실시간 매출 흐름을 더하고, 네이버의 머신러닝 알고리즘, AI, 빅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활용해 네이버파이낸셜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ACSS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1등급 대상자가 기존 CB등급 대비 2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18만명에게 대출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회사는 관련 데이터가 계속 축적되면서 더 많은 SME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빠른 정산 프로그램도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판매자들의 빠른 사업 자금 회전을 돕기 위해 정산 기일을 기존 9.4일에서 5.4일로 단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평균 정산 주기가 10~11일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시간 단축이라는 평가다. 기존 ‘구매확정 후 정산’ 시스템에서 ‘배송완료 후 정산’으로 구조를 바꿈으로써 정산 기일을 앞당겼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