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휴대전화 속 몰카 사진… 대법 “증거 능력 없다”

입력 2020-07-28 16:00

절도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다른 범죄의 증거가 발견됐다 하더라도 별도의 증거 확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절도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4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충남 아산시의 아파트에 25차례 침입하고, 충남과 서울 등지에서 자전거 4대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여성들의 다리 부위 등을 41차례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2019년 5월 경기 의왕시에서 절도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A씨에게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과정에 여성들의 다리를 촬영한 사진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별도의 압수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당 사진을 불법촬영 혐의의 증거로 사용했다.

A씨는 “해당 휴대전화는 임의제출 형식을 갖췄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 압수됐고, 이는 영장주의에 반하는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휴대전화 제출 당시 구속 상태였으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곤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수사기관이 강제로 제출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했다.

반면 2심은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형량을 징역 1년으로 감형했다. A씨의 휴대전화 동영상을 촬영한 사진이나 복사한 동영상이 위법수집 증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의 휴대폰 제출에 대한 임의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절도 범행 부분에 국한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여성들 다리를 촬영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위해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옳게 봤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