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8일 한국의 한 민간 식물원이 이른바 ‘아베 사죄상’을 설치한 것과 관련해 타국 지도자를 예우하는 외교 관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에 국제 예양이라는 게 있다. 어느 나라건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 그런 국제 예양을 고려하는 것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제 예양(international comity)은 국제법은 아니다. 다만 국가 간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관례로 하는 예의, 호의로 상대국 원수에 대한 경칭 사용과 예우 등을 포함한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민간 조형물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사유지에 있는 어떠한 것에 대해 가능한 부분, 가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법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는 뉴질랜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한국 고위 외교관의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서는 “외교부가 특권 면제를 거론하면서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외교부가 해당 수사 요청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앞서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 A씨가 징역 7년에 처할 수 있는 성추행 행위를 3차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며 A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A씨는 2017년 주뉴질랜드대사관 소속 현지 직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은 한국 정부가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은 면책특권을 포기하냐 안 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범죄인 인도 요청은) 지금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질랜드 측은 범죄인 인도는 전적으로 경찰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저희는 관련조약과 국내법에 따라 법원이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A씨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린 뒤 자체 종결했지만 현지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지는 중이다. A씨는 현재 아시아 주요국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