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절도범의 휴대전화에서 불법촬영물을 발견하고 뒤늦게 임의제출 동의를 받았지만 대법원은 적절한 절차 없이 수집된 증거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보고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절도·주거침입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당초 A씨는 2018년 4월부터 약 1년간 25회에 걸쳐 총 675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A씨의 동의를 받고 A씨의 휴대전화에서 절도 범행 장소 사진을 확인하던 중 절도 물증 외에 여성의 다리를 불법촬영한 사진 수십 장을 발견했다.
이후 경찰은 A씨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고 며칠 뒤 A씨에게서 휴대전화 임의제출에 동의한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그리고 불법촬영 혐의로 A씨를 입건했다.
1심은 A씨의 절도 혐의뿐만 아니라 불법촬영 혐의까지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1심은 경찰이 A씨의 휴대전화에서 불법촬영물을 발견했을 당시 A씨가 스스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며 이후 경찰에 임의제출 확인서를 작성했으므로 증거 효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로 보고 절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형량을 징역 1년으로 낮췄다.
2심은 “경찰이 임의제출을 받기 전 휴대전화를 탐색해 추출한 증거들은 위법수집 증거이므로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휴대전화 임의제출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절도에 국한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