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넘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를 기대하며 임금 반납에까지 동의했던 직원 1600명은 실직 위기에 놓였다. 이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전북도당 신임 위원장에 추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28일 신임 위원장 후보자 접수 결과 이 의원만 후보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김성주 의원(전북 전주병)도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북도당의 시행세칙에 따르면 후보자가 단수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추대하는 방식으로 위원장을 선출한다. 이후 중앙당 최고위원회가 최종 의결한다. 전북도당 정기대의원대회는 다음달 9일 전주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만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주식 매입 자금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그가 전북도당 위원장을 맡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 의원은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인수 무산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등 도내 3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북민중행동은 28일 성명을 내고 “경제사범인 이 의원을 도당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이스타항공 지배와 자녀 편법증여 등 온갖 불법이 밝혀진 인사가 집권 여당 전북 대표로 단독 추대됐다”며 “이를 알고도 그를 공기업 이사장으로, 국회의원 후보로, 지역당 대표로 추대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가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부실경영과 노동자 임금체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장본인”이라며 “이 의원이 출처 불명 자금으로 이스타 홀딩스를 설립하고 직책도 없이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한 사실 등은 모두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이 의원이 정권 실세와 어떠한 끈이 있어 숱한 의혹에도 도당위원장직까지 나설 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청와대·여당이 이스타항공 노동자를 팔아 이 의원 감싸기에 매진한다면 함께 몰락할 것임을 똑똑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이 의원 관련 논란에 침묵하고 있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상직 의원 관련해서는) 아직 당 차원 논의가 없다”며 ‘본인이 당에 소명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직 없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저와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 항공의 주식을 이스타항공 측에 모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50억원 규모의 체불임금 책임 소재를 놓고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 의원이 밝힌 입장문엔 체불임금에 대한 해결 방안은 빠져있었다. 이스타항공 노조 측에서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김현정 부대변인이 이 의원 대신 노조 측에 체불임금 250억원 중 일부만 부담하는 것에 합의해달라며 협상을 중재해 논란이 됐을 때도 “개인의 중재였을 뿐 당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당원게시판에는 이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노조 임금 체불 문제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녀에 불법 지분 증여 의혹 등을 명확히 밝힌 뒤 그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당원은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하고 수년간 일한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모른채하는 이상직에 대한 당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공정에 방해가 되는 것은 정리하고 가야하는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의원은 28일 전북도당 위원장 후보자격으로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찾아 “창업주로서 전북도민과 임직원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할말은 많지만 지금은 비행기를 다시 띄울때인 만큼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경영에 참여는 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 13년간 전북도민의 사랑으로 성장한 이스타항공의 재기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 경영진에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번 M&A 결렬에 대한 원인 제공을 제주항공 탓으로 돌렸다. 그는 “지난해 9월 제주항공 등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로부터 인수합병 제의가 먼저 들어왔고 제주항공과의 협의에 따라 지시를 받아 노선을 조정한 것으로 안다. 매각 대금까지 조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먹튀를 한 것은 제주항공”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상직 의원은 도당위원장으로 단독 추대된 것과 관련해 “단독 후보로 추대된 만큼 지역위원장, 당원과 함께 전북 정치발전과 정건재창출을 위해 많은 소통을 하며 빠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며 “소통을 통한 원팀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전북 현안 해결을 위해 촌놈의 뚝심과 경륜으로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