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말까지 매우 좋은 상황에 있을 것”
펜스 부통령도 백신 임상시험 참여한 대학 찾아
미국 대선 전 백신 개발되면 ‘역전 홈런’ 가능
백신 없으면 대선에서 불행한 운명 맞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백신 생산 시설을 둘러봤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대학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된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백신 개발에 목을 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AP통신은 “많은 백악관 당국자들은 백신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판도를 뒤흔들 ‘10월의 깜짝 놀랄 사건(October surprise)’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장은 백신 개발과 배포가 ‘정치적 홈런’이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P통신은 “일부 백악관 당국자들은 백신이 없거나 백신이 너무 늦게 개발될 경우 트럼프가 불행한 결말을 맞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에 위치한 후지필름 바이오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했다. 이 센터는 제약회사 노바백스가 개발한 백신 후보군의 1차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백신 후보군들은 노바백스가 올 가을 3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단계 임상실험에 사용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센터를 둘러보면서 백신 개발과 관련해 “매우 긍정적인 일들을 들었다”면서 “연말까지는 우리는 매우 좋은 상황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바백스는 백신을 빨리 개발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일환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16억 달러(1조 9000억원)를 지원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고속 작전이 백신 개발에 있어 몇 년을 단축했다”면서 “초고속 작전은 백신 개발·시험·생산·배포를 기록적인 시간에 진행하는 역사적인 계획”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백신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그가 공개 일정에서 마스크를 쓴 것은 지난 11일 메릴랜드주에 있는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 방문 이후 두 번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철저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이나 술집을 피하며, 적절할 때 마스크를 쓸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도층을 의식해 마스크를 옹호하는 스탠스를 이어간 것이다.
펜스 부통령도 이날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대학을 찾았다. 마이애미 대학의 의학연구센터에선 제약회사 모더나가 진행하는 백신 임상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본격적으로 백신 개발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각각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다. 이들 주는 올해 미국 대선의 격전지로 평가받는 곳들이다. 백신 개발 독려가 가장 큰 목적이었지만,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플로리다주 민심을 의식한 일정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개발 추진을 통해 정치적 활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는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엄청난 위기에 빠졌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신뢰를 되찾고 대선 전에 백신이 승인되는 행운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P는 또 “미국 대선을 석달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의 진전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이 미국 대선 이전에 개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열세를 뒤집고 역전 홈런을 칠 수 있겠지만, 백신 개발이 더뎌질 경우 힘든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