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가 법인 세워 10여채 갭투자…알고보니 ‘아빠 찬스’

입력 2020-07-28 13:47 수정 2020-07-28 18:52

A씨는 서울에 주택을 보유한 30대다. 올해 지방에 자본금 100만원으로 1인 주주 법인을 만들고 법인에 돈을 빌려줘(주주 차입금)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다. 법인 명의로 주택을 소유하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고 양도소득세도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다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소유할 경우 최고 62% 양도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법인이 매입한 주택은 개인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법인 양도세 세율은 양도차익의 10~25%로 개인 다주택자보다 부담이 적다. 종부세 산정 때에도 법인 명의 주택은 개인 보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A씨는 지방에 법인을 세워 취득세도 절반 수준 아꼈다. 법인 명의로 산 서울 고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추가로 주택을 매입하고 이 과정을 반복해 분양권과 주택 10여채를 사들였다.

국세청은 A씨가 법인을 동원해 주택을 사들인 자금 출처를 살펴보다 아버지로부터 수억원대 현금 증여를 받은 증거를 발견했다.


국세청은 A씨 외에도 개인 392명과 법인 21곳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인다고 28일 밝혔다. 국세청으로선 올해 세 번째 기획 조사다.

대상은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갭투자자 등 다주택자(56명). 법인 자금을 유출해 고가 아파트나 '꼬마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9개). 소득 없이 고액 자산을 취득한 연소자(62명). 신고 소득이 미미한데도 고가 주택을 사들인 전문직과 고액 자산가 자녀(44명). 사업소득 탈루나 편법증여 혐의가 있는 고액 전세입자(107명). 중개 수수료를 누락한 혐의가 있는 부동산 투자 강사와 업·다운 계약혐의자 등 중개 관련 탈세 혐의자(35명).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통보된 탈세 혐의자(100명) 등이다.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며 부모에게 세를 주고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거나 친척 소유 아파트를 매수하며 자금을 매도자로부터 빌리는 등 편법 증여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국세청은 이들 조사 대상의 편법증여 여부를 검증하고 자금을 빌려준 친·인척과 특수관계 법인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탈세가 확인되면 조서범처벌법에 따라 조치하고, 취득 자금이 적정한 차입금으로 확인되면 원리금 상환이 채무자 자력으로 이뤄지는지 상환 과정까지 사후 관리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앞서 두 차례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 878명을 조사해 216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6·17 대책으로 9월부터는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 제출 대상이 확대된다. 이에 강남·송파권역과 용산권역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기획조사 결과가 통보되는 등 국세청이 탈세 혐의자를 찾아내기가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간부회의에서 “다주택 취득, 보유, 임대, 양도 등 부동산 거래 전 과정에서 정당한 세금 없이 편법으로 부를 추적하거나 이전하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해 철저히 과세하라”고 지시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