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개한 이른바 ‘이면 합의서(4·8 남북 경제협력 합의서)’ 사본의 출처를 밝혔다. 전직 고위공무원이 해당 서류를 들고 통합당을 찾아와 청문회에서 폭로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작된 문서”라며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28일 YTN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서류를 위조해서 제출했겠나. 제가 볼 때는 믿을 수밖에 없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우리 사무실에 그 서류를 가지고 와서 ‘이걸 청문회에서 문제 삼아 달라’고 말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박 후보의 입장 변화도 꼬집었다. 그는 “처음에는 기억이 없다고 하다가, 그다음에는 사인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오후에는 ‘하지 않았고, 위조한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며 “원본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는데, 서류가 진실이라면 (원본이) 평양에 한 부 있고, 우리나라에 한 부가 극비문서로 보관돼 있지 않겠나. 그 원본을 저희가 어떻게 입수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어제 보여준 서류가) 사본이었다. 그렇지만 베이징에서 2000년에 이 문서를 만들 때 관여한 사람이 여러 사람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여러 증언을 바탕으로 시간이 지나면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디선가 조작됐다”며 주 원내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날 KBS1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런 액수가 북한으로 간 일이 없지 않나. 그 당시 그런 게 있었다면 대북 송금 특검 때 나왔을 것”이라며 “어디선가 조작된 내용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누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밝힐 수 있다면 밝혀야 한다”라면서도 “언제 어느 시점에 만들어진 건지 모르기 때문에 조작이 됐더라도 수사에서 범인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당에서 수사를 의뢰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사본이) 가짜니까 진본이 있을 리가 없다.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이다”라고 답했다.
‘누가 조작을 했다면 이유는 뭐라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추측밖에 할 수 없다”면서도 “용공 조작을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전 30억 달러 규모의 대북 지원에 합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공개했다. 2000년 4월 8일 중국 베이징에서 박 후보자가 북한의 송호경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서명한 ‘남북 합의서’와 별도로 30억 달러의 대북 지원을 명시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존재하므로 이면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게 통합당 주장이다.
박 후보자는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모함하기 위해 서명을 위조했다.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다만 박 후보자는 청문회 말미에 당시 관련 내용을 북측과 논의한 것 자체는 인정했다. 주 원내대표가 원본이 있다거나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제 인생과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