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아온 서지현 검사가 “여성 인권에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며 “많이 회복되었다고 생각했던 제 상태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돼 당황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 이후 “한마디도 하기 어렵다”며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한 지 보름만이다.
서 검사는 2018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미투 운동에 불을 댕겼다. 서 검사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일각에서는 “왜 박 전 시장에 대해 침묵하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서 검사는 “가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가 가해자 편일 리가 없음에도, 맡은 업무 내에서 개인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한 상태임에도,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공무원이자 검사인 저에게 평소 여성 인권에 그 어떤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도 의무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여성 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이미 입을 연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괴롭혀주겠다는 의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이들의 조롱과 욕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니다. 공무원으로서, 검사로서 지켜야 할 법규가 있다”면서 “그저 제가 지켜야 할 법규를 지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