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당한 아들, 안대까지 사달랬는데…” 아버지의 호소

입력 2020-07-28 10:13
MBC,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동급생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최근 스트레스성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한 중학생 김모군의 아버지가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군의 아버지 A씨는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들이 당한 성폭력 피해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아이 진술에 따르면 동급생 4명이 아이가 있는 방에서 성행위를 매일같이 했다. 가해자 4명 중 3명은 아이에게 올라타서 몸을 비비거나 아이의 성기를 잡고 강제로 자위행위를 하게 했다”며 “아이는 성에 대해 전혀 몰랐다. 저한테 ‘아빠, 자위가 뭐야’라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9일 아이가 엄마에게 처음 말을 했다. 친구들끼리 옷을 벗고 성관계를 했고, 가슴을 XX하고 신음소리를 내라고 하는 등 중학생이 할 수 없을 수준의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며 “또 아이가 엄마에게 ‘XX가 뭐야?’라고 물어봤다더라. 가해자들이 아이 엄마의 욕을 한 거다”라고 말했다.

MBC 캡쳐

‘싫다는 이야기를 아이가 해봤다고 했나’라는 질문에는 “아이가 하지 말라고 저항하면 친구들은 그 말을 무시하고 계속했다고 하더라. 매일 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성행위를 벌이기도 했고, 아이를 괴롭히기도 한 것이다”라며 “기숙사 입소 첫 주가 끝나고 아이가 안대와 귀마개를 사달라고 했다. 아이가 그걸 보기 싫고, 듣기 싫어서 사달라고 했던 거다. 그런데 그 안대도 가해 학생 1명이 뺏어가서 안 줬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A씨는 학교 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학교는 저희한테 신고 접수를 받고 학교 전담 경찰관과 교육청에다 신고했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가) 학교 전담 경찰관에게 ‘중학생들의 자위행위가 성폭력 사안으로 접수 가능한지’ 문의만 했더라”며 “사흘 뒤인 22일 경찰관이 학교 측에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알려달라’고 하니 학교는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관은 조사도 못 하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학교는 학생 보호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학교가) 아이 방에 있는 가해 학생 2명을 다른 방으로 분리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일주일이 넘도록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태한이를 데리고 왔다”고 밝혔다.

아이는 가해자들과 분리가 됐는데도 불안 증세를 보였다. A씨는 “아이가 밤 10시에서 12시 사이가 되면 성기에 힘이 들어간다고 했다. 가해 학생들이 성행위를 하는 시간대였다. 항상 호흡이 불안정했고,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고 말했다.

아이는 지난 3일 스트레스성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했다. A씨는 “아들이 4월에 병원에서 피검사를 한 결과가 있었다. 그때는 췌장염 관련 수치가 정상이었다”며 “그런데 그 수치가 갑자기 800까지 뛰었다”고 밝혔다. A씨는 성폭력 사건이 급성 췌장염을 불러일으켜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매일 영광교육지원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A씨는 “가해 학생, 학부모, 학교가 사과 한마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그는 “각 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함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언론이 지켜보니까 액션만 취하는 것 같다. 아이 사망 전후로 달라진 게 없다”라며 “진상규명이 첫 번째 목표고, 재발 방지가 두 번째 목표다.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들과 학교를 비판하며 올린 글에 동의한 사람 수는 28일 오전 9시 20분 기준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답변 최소 기준을 넘은 것이다. 부모는 이 글에서 “아무리 괴로워도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저희 아들은 살고 싶어 했다”며 “장난이었다는 가해자 친구들 들어라. 장난으로 던진 돌이 우리 아들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미흡하게 상황을 처리한 학교 및 상급기관 담당자님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 데려다 달라”고 호소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