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사적지인 육군 상무대 옛터를 알리는 비석이 수일 전 차량 단독사고로 파손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은 차량을 버리고 달아난 운전자의 행방을 쫓고 있다.
28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4시20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앞 도로 내 교통섬에 설치돼있던 상무대 표석을 외제 SUV차량이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SUV차량은 왼쪽으로 넘어졌고, 받침대 역할을 하던 토사·석재가 무너지면서 표석이 쓰러졌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곧장 현장에서 달아났다.
현장을 수습한 경찰은 해당 차주가 A씨(27)인 것을 확인, 행적을 쫓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운전자, 음주운전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사고 이후 주변 상인들은 파손된 표석이 도심 미관을 해치고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며 행정당국에 정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5일째 방치됐다. 이후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지자 광주시는 표석 보수·복구공사에 착수했다.
한편 상무대 옛터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령부가 전남북계엄분소를 설치하고 계엄군 지휘관 회의, 시민수습위원·군수뇌부 간 협상을 연 장소이다.
민주화운동 이후 시민 3000여명이 끌려와 헌병대 영창에서 고문을 당한 뒤 상무대 군사법정에서 내란죄 판결을 받고 사형, 무기징역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받고 상무대 옛터는 1998년 5·18사적지 17호로 지정됐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