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근에 본 적 없다”
오브라이언, 코로나 걸린 딸로부터 감염 가능성
미국은 물론 각국 정부 ‘외교 차질’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최근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바이오프로세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답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현재까지 트럼프 행정부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최고위 당국자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수시로 접촉하는 측근 인사라 백악관에 비상이 걸렸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감염 경로와 관련해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던 자신의 딸로부터 전염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고 들었다”면서 “나는 그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그(오브라이언)에게 전화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언제 확진 판정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를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브라이언 보좌관을 최근에 접촉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자신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백악관도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즉각 성명을 내고 “(오브라이언 보좌관을 통한) 어떤 위험도 대통령이나 부통령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안전한 곳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며 “국가안보회의(NSC)의 업무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공식적으로 가장 최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0일 플로리다주에 있는 미군 남부사령부를 방문했을 때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그 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유럽 출장을 떠났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친구들에게 일주일 전에 있었던 가족 모임에서 감염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WP가 익명의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딸도 코로나19에 걸렸다면서 오브라이언이 딸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확진 판정으로 백악관은 비상이 걸렸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을 통해 백악관 내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조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대표적 인사였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미국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감염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차질도 우려된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최근 중국에 대한 공격을 조율하는 작업에 집중해왔다.
다른 나라들과 워싱턴에 있는 각국 대사관들도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공백으로 업무에 지장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