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옆 배수로…탈북민 월북 당시 CCTV 살펴보니

입력 2020-07-28 06:00
SBS 뉴스 화면 캡처

3년 전 탈북했다 재월북한 김모(24)씨의 마지막 행적이 담긴 CCTV영상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군부대 옆에서 찍혔는데, 군 당국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SBS는 지난 18일 새벽 2시가 넘는 시각 강화군 북동쪽 해안가인 월곳리 연미정 근처에 설치된 CCTV영상에서 3년 전 탈북했다가 재월북한 김씨가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해당 영상을 27일 공개했다.

김씨의 출발 장소로 꼽히는 곳은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4호인 정자 ‘연미정’ 인근 배수로로 이곳에서 김씨의 가방이 발견됐다. 가방 안엔 물안경과 옷가지, 통장에서 500만원을 인출한 뒤 이 중 480만원 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담겼다. 군 당국은 김씨가 철책 밑의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로 1m‧세로 1m가량 크기의 이 배수로는 성인이 허리를 굽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인근 군부대가 관리하는 시설이며 바다와 연결돼 있지만, 내부는 철조망 등으로 막혀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배수로를 빠져나오면 바로 한강이다.

북한과 접하고 있는 강화도 북쪽 지역엔 해안선을 따라 이중 철책이 설치돼 있는데 이 철책엔 센서가 있어 침입자가 접촉하면 비상벨이 경계 부대의 지휘통제실로 전달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시가 허술한 배수로를 통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배수로 바로 옆엔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고 배수로 출구 위엔 CCTV도 설치돼 있지만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군 당국은 지난 26일 북한이 공개 보도하기 전까지 일주일 넘게 김씨의 재월북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김씨가 월북한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 교동도 등 한강 하구 일대는 북한과 최단 거리가 1.3㎞~2.5㎞에 불과해 탈북민들이 물때에 맞춰 수영으로 귀순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곳이다. 2012년엔 교동도로 건너온 북한 주민이 민가에서 음식을 훔쳐 먹다 주민 신고로 붙잡혔고 그다음 해엔 탈북민이 민가를 직접 찾아가 “북에서 왔다”고 신분을 밝히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