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세종호텔에서 지난 26일 열렸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강원 순회 합동연설회에서는 총선 뒤 악재가 이어지며 지지율 하락을 겪었던 여당의 위기의식이 엿보였다.
후보들은 ‘위기’ ‘레임덕’ 등의 표현으로 경각심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당을 반등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이룰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8·29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에게는 자신의 위기 돌파 능력을 당원들에게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권 주자들부터 합동연설회에서 당의 현 상황에 대한 경계 목소리를 냈다. 이낙연 후보는 “지금이 위기이기 때문에 당대표 선거에 나섰다”며 “국민과 국가, 정부, 당이 어렵다. 위기에는 위기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후보는 “우리 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을 모두 잃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언론에서 레임덕 운운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흔들어댈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들도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노웅래 최고위원 후보는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고, 검찰개혁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당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큰 선거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원욱 최고위원 후보도 “당이 이대로면 안된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위기를 강조한 것은 지지세 결집을 위한 과장이라기보다는 당이 실제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총선 뒤 부동산 집값잡기 실패와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 지자체장들의 성비위 의혹 등의 악재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하반기 경제가 악화되면 당정이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최고위원 후보는 27일 “이후 선거가 쉽지 않을 거라는 당내 분위기가 있다”며 “국정·당 지지도를 보면 당이 어렵다는 것이 명확히 나타나지 않나. 당내 분위기는 민심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최고위원 후보는 “국민 감수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더 높여야했던 것 같다”며 “이제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리가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은 후보들의 위기관리 능력에 집중 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최고위원 후보는 “리더는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함을 갖췄으면서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안정감을 줘야 한다”며 “앞으로 당원들에게 자신의 위기관리 능력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