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 67주년을 맞아 주요 군 지휘관들에게 새로 개발한 이른바 ‘백두산’ 권총을 하사한 사실이 노동신문 1면에 전격 게재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백두산 기념권총 수여식이 7월 26일 오후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성대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총을 든 간부들이 김 위원장을 둘러싸거나 권총을 하늘로 치켜든 모습 등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는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체제에 있어 권총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북한에서 권총은 반제국주의의 상징으로 통용돼 왔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아버지 김형직이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라며 권총 두 자루를 김 주석에게 남겼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다.
북한은 김 주석이 1952년 한국전쟁 당시 아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권총 두 자루 중 하나를 붉은색 천에 싸 선물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2012년 진행된 ‘아리랑 축전’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여러 색의 패널을 들고 김 주석의 권총을 형상화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권총을 군 간부들에게 선물한 바 있다.
북한군 주요 지휘관들이 권총을 든 채 김 위원장을 결사옹위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최근 열악한 북한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김 위원장이 군의 사기 진작과 내부 결속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화된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가중된 경제난을 군의 힘을 빌려 극복하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주요 군 지휘관들이 자신을 호위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권력이 안정돼 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보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