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 “이 난국 잘 헤쳐나가시길”

입력 2020-07-27 19:36
송삼현 남부지검장. 연합뉴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송삼현(58·사법연수원 23기)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을 떠나며 검찰 후배들을 향해 “이 난국을 잘 헤쳐나가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송 지검장은 27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정든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로 시작하는 사직 글을 올렸다. 그는 우선 “검사 생활을 돌이켜보니 부족한 덕과 능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검사, 수사관 실무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송 지검장은 “無邊落木蕭蕭下(무변락목소소하·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지고)”라는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지은 ‘등고(登高)’라는 시의 한 구절을 언급하며 검찰이 처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오늘날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면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이 들 뿐”이라며 “동료 후배 여러분께서 더 큰 지혜를 발휘해 이 난국을 헤쳐나가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그는 ‘患難見眞情(환난견진정·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정한 마음을 볼 수 있다)’ ‘海納百川 有容乃大(해납백천 유용내대·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들이고 너그럽기에 거대하다)’ 등의 사자성어를 언급하면서 “곤궁했을 때 늘 뜻을 잃지 않았는지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정한 마음으로 대했는지, 온갖 내를 다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포용력 있게 행동했는지 반성해본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검찰과 검찰 구성원을 늘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송 지검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순천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부산지검 제1차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제주지검장을 거쳐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됐다.

검찰에서는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수사를 지휘해 청와대 행정관과 여당 주요 인사를 사법처리한 송 지검장의 향후 인사 내용을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법무부와 검찰이 미묘한 갈등을 낳는 시기에 권력형 비리 수사를 펼친 그의 행보를 지켜볼 만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사직인사를 읽은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시 곳곳에 여러 뜻을 담으신 듯하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