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대통령 자리, 참 외롭구나 생각했다”[인터뷰]

입력 2020-07-28 06:00
'강철비2: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 정우성이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2:정상회담’를 만들면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하는 배우 정우성에게 딱 한 가지를 부탁했다. “표정으로 말해주세요.” 그래서인지 유독 정우성에게는 대사보다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대본에 ‘침묵’과 ‘한숨’이라고 적힌 지점들이 관건이었다. 극 중 한경재는 남북미 대치 상황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각국의 입장을 들어주고 설득하는 중재자다.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지 않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이런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묵묵하지만 결정적일 때 목숨도 걸 줄 아는 그였다.

27일 국민일보와 만난 정우성은 “차라리 소리치고, 제안하고, 저지하는 게 편할 것 같았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침묵 안의 외침으로 표현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에 대한 연민을 안고 연기했다”며 “대한민국의 지도자라는 건 극한의 인내를 가져야 하는 외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강철비2:정상회담'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강철비2: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 영화다. 북한 원산에서 열린 정상회담 자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이 만났지만 북미 사이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핵무기 포기와 평화체제 수립에 반발하는 북한 호위총국장(곽도원)의 쿠데타가 발생하고, 납치된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히면서 예기치 못한 진정한 정상회담이 벌어진다.

정우성이 연기한 한경재는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냉전의 섬이 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 고민하는 인물이다. 북미의 첨예한 대립을 지켜보면서 침착함과 강단을 오가며 임박한 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 걸고 노력한다.

'강철비2: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 정우성이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은 “남북 분단의 당사자이면서도 결정권을 지키지 못한 한 나라의 수장이 지닌 무력감과 동시에 평화에 대한 책임감을 지닌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액션보다는 리액션을 해야 하는 한경재의 심리적인 외로움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게 과장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힘을 다 내려놨다”고 말했다.

극 중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정우성은 특정 인물을 패러디하지 않고 새로운 인물로 재창조했다.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을 빗댄 풍자도 중요하지만 상황적 풍자도 그에 못지않은 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치적 입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절대적인 평화에 대한 의지만을 부각해 해석했죠. 누군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역사적으로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선대 지도자들의 연설을 찾아보며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특히 그들이 얼마만큼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 의지는 어디서 비롯됐는지 이런 부분을 공부했죠.”

'강철비2: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 정우성이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2017년 개봉한 ‘강철비’ 시리즈 1편과 29일 공개되는 2편은 남북 분단을 담았다는 큰 틀은 같지만 배역, 설정 등 모든 게 다르다. 1편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2편에 대부분 등장하지만, 남과 북을 바꿔 연기했다. 정우성은 “역사적 분단 문제에 집중하면서도 인물을 새롭게 배치하고 또 다른 주제를 담을 수 있는 굉장히 똑똑한 시리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편에서 북한 최정예 요원을 연기했던 그는 “2편이 더 어려웠다”며 “1편의 경우 적극적이고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표현하지 않아야 한다. 그 인내의 시간이 답답했지만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