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제품을 생산할 때 동물을 경시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과정이 있진 않은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지속가능경영’은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유엔이 2015년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수립한 이후 ‘친환경 지속가능경영’은 꾸준히 강조돼 왔다. 그런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미닝아웃’(소비활동을 통해 신념과 소신을 드러내는 것) 소비가 번져나가면서 기업들의 친환경 행보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27일 식품,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은 제품 포장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줄이거나 플라스틱 대체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제품에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고 생산 과정에서 벌어지는 환경오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관련 업계는 “친환경의 확산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환경 생태계와의 공존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발맞추기 위함이기도 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개인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기왕이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하고 있지 않나”며 “이제는 업계에서도 친환경 실천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포장’부터 다시 보자…친환경 실천의 출발점
소비자들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식품업계는 더욱 친환경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음료업계의 경우 이달부터 시행된 ‘비닐·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를 앞두고 페트병과 라벨의 분리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동아오츠카는 무색투명 페트병을 적용하고 비접착식 라벨과 분리안내선을 도입했다. 매일유업은 플라스틱 제품 패키지에서 알루미늄 라벨을 제거해 분리수거가 용이한 소재로 변경하고, PET용기를 사용하는 제품은 패키지 경량화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이시스8.0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아예 없애고 제품명을 페트병 몸체에 새겼다.
CJ제일제당은 설계단계부터 포장재를 최소로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징 형태를 개발하고 있다. 또 동일한 품질을 보장하면서 포장재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구조와 소재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등 친환경 패키징에 집중하고 있다. 동원F&B는 유가공, 상온HMR, 냉동식품 등 직접 생산하는 식품 전반의 포장재를 줄이는 ‘에코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연간 플라스틱 166톤, 종이 211톤을 줄여 각각 500㎖ 생수병 1100만개, A4용지 4200만장에 달하는 양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HMR제품이 많이 판매되면서 제품 내 개별포장 쓰레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포장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보니 어렵지만, 최대한 포장을 줄이거나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식품업계 모두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식품 자체가 ‘친환경’? 대체육부터 세포배양 해산물까지
패키징뿐 아니라 제품 자체에 친환경이 접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대체육’(동물 세포를 배양하거나 식물 성분을 사용해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 상품이다. 대체육은 채식 인구를 위한 식품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고기를 먹기까지의 과정에서 소비되는 사료용 곡물과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제품이기도 하다.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시장이지만 롯데푸드와 동원F&B는 대체육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대체육이 국내에선 생소하다보니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점차 윤리적 소비가 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인식이 좋지 않았던 HMR 제품들이 요즘은 익숙하게 소비되듯 대체육도 HMR 제품처럼 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세포배양을 통해 해산물을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풀무원은 최근 미국 세포배양 해산물 제조 스타트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 사업에 투자했다. 어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생물반응기를 통해 배양한 후 3D프린팅 과정을 거쳐 용도에 맞는 형태의 해산물을 만드는 것으로, 자연 어획 및 양식 해산물의 대체제로 활용할 수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출시까지는 수년이 걸리겠지만 전 세계 해산물의 공급-수요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 환경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세포배양 해산물 제품의 출시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장품 업계도 적극적 ‘친환경’ 행보
화장품 업계에서도 친환경, 지속가능경영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레스 플라스틱(Less Plastic)’ 실천을 선언하고 2022년까지 약 700톤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감축하고 재활용성을 높이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해피바스’의 자몽에센스 바디워시에는 ‘메탈 제로 펌프’를 적용해 제품을 다 쓴 뒤 별도의 분리작업 없이 그대로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니스프리’는 그린티 씨드 세럼 용기에 종이 포장재를 적용해 페이퍼 보틀 에디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CJ올리브영은 국내 화장품 시장에 ‘클린뷰티’ 트렌드를 확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올리브영 클린뷰티’ 기준을 만들고, 건강한 성분과 지구 환경 공존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화장품 브랜드 및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화장품 성분에서 유해의심 성분을 필수적으로 배제하면서도 상품 제조 과정 중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거나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를 개발하는 등 친환경 활동을 펼치고 있는 브랜드들이 그 대상이다. 아울러 지난 22일부터 ‘일회용 무상 봉투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2015년부터는 종이영수증 대신 모바일 스마트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여성 10명 중 9명이 ‘같은 가격이라면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화장품을 선택하겠다’고 답변했다”며 “이 같은 신념소비자들이 늘어나는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