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적 합의안 추인 실패로 와해된 민주노총 지도부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김재하 부산본부장이 선출됐다. 신임 김 비대위원장이 사회적 합의안에 반대한 ‘강경파’라는 점에서 향후 민주노총의 노선은 대화보다는 ‘투쟁’ 쪽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27일 제14차 임시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비대위원장에 김재하 부산본부장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철도노조 조합원 출신으로,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을 역임했고 부산적폐청산시민사회 상임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30일 열리는 차기 중앙집행위 회의에서 김 본부장을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선출하고, 김 본부장을 비롯한 비대위는 내달 26일 중앙위원회 인준을 받아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임기는 직선 지도부 선거가 열리는 연말까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비상대책위 임무로는 임시 대의원대회 과정에서 겪은 조직의 내적인 어려움을 빠르게 수습하고 전태일 3법을 비롯한 하반기 투쟁과제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며 연말 직선 지도부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노사정 합의안에 부정적이었던 강경파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은 당분간 장외 투쟁 중심의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3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71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선 찬성 38%, 반대 62%로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됐다. 김명환 위원장 등 지도부는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김 비대위원장 등 강경파는 ‘해고금지’를 명문화하지 않은 노사정 합의안을 야합이라고 규정하며 합의안 폐기를 요구한 바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전태일 3법 입법 발의를 비롯한 하반기 투쟁 과제가 엄중하다”면서 “민주노총이 조합원과 함께 다시 희망과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투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태일 3법은 5인 미만 노동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가리킨다.
정부는 당분간 민주노총을 제외하고 사회적 대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벌써부터 ‘민주노총 패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28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의결한다. 박종필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5개 주체가 참여해 노사정 합의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 등 나머지 5개 주체는 경사노위에서 노사정 합의안을 의결하고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합의안의 이행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24일 지도부 총사퇴를 밝힌 김 위원장 등 집행부는 중집위에 인사를 하고 민주노총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 7개월간의 임기 소회에 대한 질문에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별도 인터뷰는 받지 않겠다. 지난번 기자회견 때 다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모규엽 송경모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