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 도중 “소설을 쓰시네”라며 비아냥대 회의가 한때 파행을 빚었다. 윤 의원이 “참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발끈하자 추 장관은 “질문같은 질문을 하라”고 맞받아쳤다. 통합당 의원들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추 장관은 사과하지 않았다.
추 장관이 대정부질문에 이어 또다시 통합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개원 이후 처음으로 통합당 법사위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계속해서 날선 공방이 오갔다. 추 장관 아들의 ‘황제탈영 의혹’ 관련 자료 제출 요구부터 대검의 수사심의위원회 권고 결정 문제 등 사안마다 부딪쳤다.
윤 의원은 현안 질의에서 고기영 법무부 차관 임명과 추 장관 아들 사건이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고 차관에게 “동부지검장으로 간지 3개월 만에 차관 발령을 받았다. 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추 장관 아들 건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추 장관이 “소설을 쓴다”고 쏘아붙이자 윤 의원은 “국회의원이 소설가냐”고 맞받아쳤다. 여야 법사위원들 고성으로 소란이 이어졌고,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40여분 뒤 재개된 회의에서 간사인 김도읍 통합당 의원은 “정중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추 장관은 “할 말이 없다”며 버텼다.
하나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발언을 존중해 달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추 장관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모욕주기 특권이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검찰총장의 권한 축소를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수사심의위가 총장 범위 내에서 사건을 뭉개거나 감싸는대로 악용되면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보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현재 검찰총장은 제왕적 검찰총장으로서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 내용을 거론하며 “검찰총장이라기보다는 개개의 사건에 직접 개입하는 수사부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임 법무부 장관도 지적한 바 있다”고 했다. 수사지휘권 갈등에 대해서도 “검찰총장이 장애물을 놓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통합당 법사위원들은 ‘검찰 힘 빼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은 “총장으로부터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까지 뺏어가면 총장이 명예직이냐”고 반발했다. 유상범 의원도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추 장관의 생각을 묻자 “다양한 의견은 경청하되 증거와 법에 따라 수사팀이 독립해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