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상반기 직·간접적으로 쓴 재정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대응에 상당한 재정이 쓰일 전망이지만 경제 상황 악화로 재정 확보를 위한 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이달 중순까지 코로나19 환자 진단검사비, 입원진료비로 지출한 재정 규모가 총 852억원에 달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검사·치료와 관련한 전체 국가재정 소요금액(1120억원)의 76.1%에 해당한다. 852억원 중 진단검사비가 265억원, 입원진료비가 587억원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3~5월 저소득 가입자의 건보료를 경감해준 금액도 9155억원에 달한다. 특별재난지역은 소득 하위 50%인 가입자의 건보료를 50% 경감하고, 그 외 전국 모든 지역은 하위 40%에 해당하는 가입자의 건보료를 30% 감면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극심한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건보료 감면 규모와 코로나19 환자 진단검사비, 입원진료비를 합하면 건보공단이 부담한 금액은 1조원에 가깝다. 건보공단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예기치 않은 지출이 생긴 만큼 내년도 건보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7년 8월 이후 단계적으로 진행 중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이어가기 위해 이미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이유로 건보료 인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건보료 인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건보료를 인상할지, 동결할지는 8월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 결정에는 국민 여론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 인식은 건보료 인상에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국민 인식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공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2.1%가 건강보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누릴 수 있다면 적정수준의 보험료는 부담할 가치가 있다’는 응답도 87.0%였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의 적립금이 있었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검사·치료의 80%를 부담할 수 있었지만 향후 제2의 감염병 사태가 왔을 때는 여력이 없을 수 있다”며 “모든 국민이 함께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정 보험료가 확보돼야 더 어려울 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