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스타들의 멘토로 변신한 ‘프레이’ 김종인이 자신의 지도 철학에 대해 밝혔다.
김종인은 내달 2일 처음 방송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오디션 프로그램 ‘LoL 더 넥스트’에 멘토로 참여한다. 그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이엇 게임즈 한국오피스에서 열린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뒤 국민일보와 짧은 인터뷰에 응했다.
-좋은 멘토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꼽는다면.
“선수를 빛나게 만드는 게 멘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가진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제가 알고 있는 팀게임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전수하고자 한다. LoL은 초단위 게임이다. 코치가 ‘큼지막하게’ 피드백하면 선수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세세하게, 초단위로 얘기해줘야 선수가 이해하기 쉽다. 두루뭉술하게 ‘블루 버프로 들어가라’가 아니라 ‘몇 분, 몇 초에 네가 어디서 무얼 해야 하는지’를 짚어주려 한다.”
-반대로 좋은 선수가 되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 보나.
“인격이 가장 중요하다. LoL은 팀원 5명이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게임이다. 이기적인 선수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롱런하기도 힘들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현역 시절 본인의 포지션이었던 원거리 딜러로서 최우선 덕목은.
“죽지 않는 것이다. 선수 시절 늘 들었던 피드백이 ‘죽지 말아야 한다’였다. 상대가 즉발 스킬을 갖고 있어도 원거리 딜러라면 이를 예상하고 피해야 한다. 무언가를 예상하고, 최대한 죽지 않고, 0데스로 게임을 마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하는 게 원거리 딜러다.”
-공격적인 원거리 딜러와 안정적인 원거리 딜러 중 후자를 선호하는 듯하다.
“원거리 딜러는 죽지만 않으면 언젠간 팀에 힘이 된다고 본다. 죽지 않은 원거리 딜러는 팀이 무너졌을 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상황판단을 빠르게 해서 지는 한타에서도 내가 성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제작발표회에서 ‘마린’ 장경환은 ‘품바 같은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저는 코끼리 같은 팀을 만들고 싶다. 초식동물이지만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코끼리’라고 하니 본인의 첫 우승 때 상대 팀과 트래시 토크를 펼쳤던 게 떠오른다.
“음… 똥을 그렇게 싸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동물이 아닌 과거 프로게임단 중에서 롤 모델을 꼽는다면.
“락스 타이거즈(現 한화생명e스포츠)다. 저는 그런 즐거운 팀 분위기를 지향한다. 프로페셔널하게 연습하고 경기하되, 게임 외적으로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좋겠다. 참가자들이 훗날 프로게이머를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즐기면서 게임하는 게 좋지 않겠나.”
-LoL 더 넥스트에는 프로게임단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도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팀게임 기본기가 잡힌 참가자들이라 봐도 무방한데, 이들에게는 어떤 점을 가르치려 하나.
“실수를 줄이는 법을 알려주려 한다. 실수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잘하는 선수들도 매판 실수를 범한다. 아카데미 선수들은 팀게임에 대한 기본개념이 잡혀있겠지만,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실전 경험이 없어 실수가 잦다. 운영적인 실수도 많이 범한다.”
-실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팀원을 부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다 일을 그르친다든지, ‘어? 화나네?’식의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저는 이걸 ‘감정적으로 플레이한다’고 표현한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다.”
-완전히 지도자로 변신하고 싶은 생각도 있나.
“예전부터 ‘고릴라’ 강범현(샌드박스)과 농담조로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같이 LoL 학원 차리자’고 얘기하곤 했다. 나중에 이 계획을 실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제가 게으르지만 않다면 언젠간 해보고 싶다.”
-프로게임단 감독·코치보다는 아마추어를 가르치는 데 흥미가 있나.
“코치, 감독직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많은 분이 프로게이머들에게 ‘나중에 코치, 감독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어보시곤 하는데, 이 직업이 결코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팀의 승리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밴픽을 짠다. 저는 그렇게 할 자신이 현재로선 없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