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이 정보 넘기면 어카지? ‘수영월북’ 탈북민 사회 술렁

입력 2020-07-28 05:19

김포에 거주하던 탈북민 김모(24)씨가 재입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씨와 알고 지내던 탈북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가 북에서 재입북 관련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북에 남아있는 자신들의 가족 정보가 북한 정권에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씨와 수년간 친구로 지내온 A씨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SNS계정에 올려놓은 개인정보나 김씨와 연관된 기록을 모두 삭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날 김씨의 월북 소식을 접한 A씨는 김씨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서 확보한 탈북민 정보를 모두 넘기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A씨는 “가깝게 지내던 친구라 더 충격이고 여기저기에서 내게 연락이 온다”며 걱정했다. 전날 김씨의 월북 소식을 전하며 2시간 가까이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한 ‘개성아낙’ 채널 운영자 김진아씨도 방송에서 혹시 발생할 수도 있을 피해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김씨 지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다. A씨에 따르면 북한에선 한 집에서 누군가 사라지면 우선 ‘행방불명자’로 처리한 뒤 감시 대상에 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월북자가 넘긴 정보로 실종된 인물이 탈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 가족은 본격 감시를 받게 된다. 탈북자들은 그동안 브로커 등을 매개로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곤 했는데, 집중감시 대상이 되면 이런 ‘불법 행위’들이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처형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2006년 탈북해 2012년 재입북한 박인숙씨 사건 때도 박씨가 살던 동네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박씨는 한국에 온 뒤 동네 탈북민 할머니들과 수년간 친구로 지냈는데, 이들은 박씨에게 ‘남한에서 내가 보낸 돈으로 북에 있는 가족들이 잘 산다’는 등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눴다. 이랬던 박씨가 재입북하자 박씨와 친하게 지냈던 할머니들이 이후 2년 가까이 전전긍긍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당시 박씨 주거지 주변에 거주했던 한 탈북민은 “내일 또 누가 월북할지 몰라 한동안 동네 주민들끼리도 속을 터놓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러한 탓에 아예 김씨의 지인임을 부인하는 탈북민도 적지 않다. 국민일보가 전날 접촉한 7명의 김씨 지인은 “(김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잘라 말했다. A씨는 “신변에 위험이 생길 수 있으니 지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 또한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재입북자가 발생하면 비난의 화살이 탈북민 사회 전체로 향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탈북민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이번 일로 탈북민이 쌓은 신뢰가 또 한 번 무너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서 국장은 “범죄 의혹까지 얽힌 탓에 ‘탈북민은 범죄자’ ‘잘못하면 남북을 넘나드는 사람들’이란 식의 낙인이 찍힐 수 있다”며 “특히 이제 막 정착하는 이들이 직장을 구하거나 사람을 사귀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도발이나 핵실험 등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탈북민과 북한 정권을 동일시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며 “탈북민도 세금을 내는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북민의 범법 행위에 ‘탈북민 범죄’라고 규정짓는 꼬리표도 떼야 한다”고 덧붙였다.

탈북민 출신 이윤걸 박사는 “3만 4000여명의 탈북민중 공식적으로는 10여명이 월북을 했는데 소수의 일탈을 전체화하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