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쩌다 고성장을 멈췄나… 14% 성장률 60년대 들어 급락

입력 2020-07-27 16:29 수정 2020-07-27 16:33

북한 경제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0년대 중후반 14%에 가까운 고성장을 이어가다 60년대 크게 꺾인 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조태형 실장과 김민정 부연구위원은 56~89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추정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50년대 중후반 연간 13.7% 고성장 이후 성장이 크게 둔화하거나 부진한 ‘일회성 고성장’ 양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27일 공개됐다.

북한의 실질 GDP 성장률은 60년대 들어 4%대로 낮아진 데 이어 70~80년대에는 2%대 저성장을 지속한 것으로 추정됐다. 분석 대상 기간인 56~89년 연간 성장률은 4.7%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북한의 성장 경로에 대해 “경제성장 초기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 투입에 기반한 외연적 성장이 내연적 성장으로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는 학계의 해설을 인용했다.

해당 기간 산업별 성장률은 농림어업이 연간 2.5%에 그친 반면 건설업(8.6%) 광공업(7.3%) 전기가스수도업(6.7%)은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서비스업은 평균 수준인 4.6%로 추정됐다.

조 실장 등은 “서비스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이 50년대 중후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며 “특히 중공업 우선정책에 기반해 중화학공업과 건설업에서의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광공업 비중은 55년 17%에서 70년 35%, 90년 41%로 점차 커졌다. 북한이 공업화에 주력했음을 시사하는 수치다. 연구진은 서비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임을 지적하며 공업 부문에 대한 과잉 투자가 산업 간 불균형을 초래해 장기간 저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61~88년 북한의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은 1.0%로 당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해당 기간 루마니아(2.9%) 헝가리(2.2%) 폴란드(2.1%) 소련(2.0%) 등 대부분이 2%대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낮은 축에 드는 체코도 1.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률 차이는 60년대부터 두드러졌다. 61~70년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1인당 실질 GDP가 2~4%대 성장을 기록한 것과 달리 북한은 연간 1.4% 성장에 그쳤다. 71~80년과 81~88년에는 각각 0.6%, 0.9%로 1%에 못 미쳤다.

연구진은 “이런 양상은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와의 비교에서도 일관되게 관찰할 수 있었다”며 “80년대 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의 1인당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질 때 북한은 1%의 성장률을 보이며 부진의 정도가 보다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매년 추정해 내놓지만 지금까지는 90년 이후 기간에 대해서만 자료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번 분석은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뤄졌다. 현재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정기적으로 추정하는 기관은 한은뿐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