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다시 여행규제… “런던보다 안전” 스페인·英 신경전도

입력 2020-07-27 16:22 수정 2020-07-27 17:34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이 25일(현지시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보이는 바의 테라스에 앉아있다. AFP 연합뉴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국경을 열었던 유럽이 다시 여행 제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탓이다. 의무 자가격리 재도입에 국가간 신경전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란차 곤잘레스 라야 스페인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스페인은 안전한 국가”라면서 “코로나19를 통제한 세계의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스페인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즉시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며, 다른 사람들의 생활과 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관광객들도 스페인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곤잘레스 라야 장관의 발언은 영국이 전날 스페인 방문객에 대해 다시 2주간 자가격리를 실시할 것을 갑자기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영국 외무부는 26일 오전 0시부터 스페인에서 입국하는 모든 국민에 대해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스페인 본토로의 비필수적 여행 자제도 권고했다.

앞서 노르웨이도 전날 스페인 방문자를 대상으로 10일간 의무격리를 재도입했고, 프랑스는 재확산 거점인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 대해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영국 정부의 결정은 코로나19로 1차 충격을 받은 스페인의 관광 산업에 또 다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관광산업은 스페인 국내총생산의 12%를 차지한다. 게다가 영국인 관광객은 스페인 전체 해외 관광객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1800만명의 영국인이 스페인에서 휴가를 즐긴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의 자가격리 시행에 스페인 관광업계는 불쾌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공항 대외협력 담당 리치 람베르트는 “마스크 착용과, 소독, 손씻기 등 모든 것을 훌륭히 하고 있는 스페인에 대해 그런 제한은 미친 짓”이라면서 “(스페인이) 런던보다 안전하다”고 비난했다.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남서부 휴양지인 테네리페 섬의 테네리페 수르 국제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앞둔 영국인 여행객이 통화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스페인으로 휴가를 떠나있거나 휴가를 앞두고 있던 사람들은 자가격리가 재시행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로이터 통신은 곤잘레스 라야 장관이 영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영국 여행객들은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직장인의 경우 입국 후에도 2주간 출근을 할 수 없게 돼 난색을 표했다.

스페인 마요르카로 휴가를 갔다가 이날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으로 입국한 한 직장인은 “자가격리를 해야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가격리가 시행되기 전에 급히 돌아오려고 했지만 비행편이 마땅치 않았다“면서 “이젠 너무 늦어버렸다”고 막막함을 토로했다.

스페인의 신규 확진자수는 전날 922명을 기록했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는 이날 스페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정부가 발표한 공식 집계치인 2만8432명보다 최대 60% 더 많을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프랑스, 벨기에, 그리스 등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한동안 완화했던 여행 규제 조치를 다시 대폭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과 수도 마드리드 및 대서양 휴양지 섬에 대해 입출국을 금지했다. 프랑스 정부는 또 유럽연합(EU)회원국이 아닌 16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공항과 항구에서 의무적으로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특히 미국 등 4개국 입국자들은 출발지에서 떠나기 사흘전에 진단검사를 받아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제해야만 한다는 조치도 취했다.

지난 4월부터 해외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한 그리스도 지난 21일부터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비행기 탑승 72시간 전 음성 판정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