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로 넘어간 ‘박원순 성추행 의혹 규명’

입력 2020-07-27 16:20
지난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고소인측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상조사가 조만간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처음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사실상 종결하면서 피해자 측은 이번 주 인권위에 성추행 진상조사 관련 진정을 제기할 계획이다. 서울시 진상조사단 구성도 피해자 측의 반발로 취소된 만큼 인권위의 직권조사가 진상규명의 유일한 방법이 됐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측은 이번 주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조사 착수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서초동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인권위 측으로부터 직권조사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면서 “진정서를 제출하더라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8일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촉구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인권위 조사는 진정인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만 조사한다는 점에서 ‘별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경찰 수사와는 다르다. 때문에 피해자 측이 진정서에 적시한 피해 사실 및 피진정인이 조사 진행에 핵심이 된다. 박 전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그간 성추행을 묵인‧방조한 서울시장 비서실 관계자들이 피진정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 측은 앞선 2번의 기자회견에서 “비서실 관계자 20여명에게 성추행 사실을 호소했지만 방조‧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더라도 당시 비서실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인권위가 방문 조사 등의 권한을 갖고 있지만 결과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도 방임‧방조 혐의 및 2차 가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성추행 방임사건과 관련해 비서실 직원 10여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번 주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한 후 고한석 비서실장 등 피고발인을 다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에도 지난 16일 전현직 서울시 비서실 관계자 20여명의 실명이 언급된 고발장이 접수돼 배당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상에 유포됐던 ‘1차 진술서 유포’와 관련해 3명을 입건해 조사했고, 문건을 온라인에 게시한 2명도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면서 “악성 댓글이 올라온 인터넷 사이트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게시글 및 댓글 작성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송경모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