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안필드의 영광은 계속될까
시즌 중 최소한 리그에서는 딱히 약점을 보이지 않은 리버풀의 선수단이지만 영입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황희찬의 팀 동료였던 미나미노 타쿠미가 제로톱 자원인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서브 성격으로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됐으나 별 활약하지 못한 채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EPL에 어울릴만한 신체적 강인함을 갖추지 못한 탓에 본인의 장점인 축구 지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선수단의 완성도가 높은 리버풀이기에 여유는 있다. 비싼 즉시 전력감보다는 차츰 리그에 적응해나가면서 기량을 만개할 젊은 선수가 이들에게는 우선순위다. 측면 공격수인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의 백업 역할을 할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적설이 조금씩 나오는 중이다. 울버햄턴 원더러스에서 엄청난 신체 능력을 살린 드리블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다마 트라오레, 속도 면에서 EPL 최상위인 왓퍼드의 이스마일라 사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시즌 막판 왓퍼드가 강등이 확정되면서 사르의 이적설은 더 현실성을 띠게 됐다.
이들 외에 최근 거론된 건 올 시즌 레스터 시티에서 무서운 화력을 뽐낸 하비 반스다. 잉글랜드 국적이라는 장점에 나이도 22세에 불과하다. 올 시즌 왼쪽 측면에서 주로 활약하면서 제이미 바디를 보조, 6골 8도움이라는 활약을 했다. 측면뿐 아니라 2선 전역에서 고루 뛸 수 있는 자원이다. 레스터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되면서 이 역시 가능성이 꽤 올라갔다. 다만 레스터의 자금 사정이 열악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레스터 유소년 출신이기도 한 반스를 영입하려면 상당한 금액을 지출해야 할 전망이다.
이들 측면자원 영입설의 변수는 측면 핵심자원인 마네가 구단에 남을지다. 숙원인 리그 우승을 달성하면서 일단 가능성이 비교적 낮아졌지만,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스페인 라리가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가 끝내 마네를 데려간다면 빈자리를 어떻게든 메워야 한다. 이외 팀을 떠날 가능성이 있는 수비수 데얀 로브렌의 대체자로 스페인 라리가 RCD 에스파뇰의 왼측면·중앙 수비수 레안드로 카브레라도 거론되고 있다.
이외 현시점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건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미드필드 멀티자원 티아고 알칸타라 영입설이다. 에이전트나 현지 언론 보도로부터 나오는 선수 개인의 이적 의사가 워낙 뚜렷한 데다 리버풀과의 개인 합의도 끝난 분위기다. 양 구단이 이적료에만 합의한다면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끝나는 대로 이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알칸타라의 나이가 29세로 적지 않은 데다 부상 이력도 있어 리버풀이 굳이 무리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34세의 노장 제임스 밀너와 재계약을 체결한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푸른색 만수르 사단, 아직 배가 고프다?
UEFA의 재정적페어플레이(FFP) 징계가 해제된 건 무한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맨시티에게는 그야말로 날개가 달린 격이다.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진 이상 더는 눈치 볼 것도 없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부임 뒤 보여줬던, 게임에서나 볼 법한 영입능력이 이번에도 발휘될 전망이다. 그간의 이적시장 전력에 걸맞게 거론되는 선수들의 면면도 매우 다양하다.
이강인의 팀 동료인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 CF의 윙어 페란 토레스가 먼저다. 이미 개인과 구단 간 합의가 끝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뮌헨으로 이적이 확정된 르로이 사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다. 발렌시아가 맨시티 소속으로 현재 임대를 가 있는 유망주 앙헬 에레라를 거래에 포함하고 싶어한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면 이적에 큰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시즌 중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수 해리 케인의 영입설도 나온 적 있지만 아직 구체적이진 않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아스널로 임대로 이적해와 쏠쏠한 활약을 보여준 미드필더 다니 세바요스도 맨시티의 쇼핑리스트에 들어있다. 중원에 안정감을 한층 더해줄 수 있는 자원이다. 아스날이 완전이적을 시키지 않거나 임대를 연장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이 있다. 주중 열리는 FA컵 결승전에서 아스널이 우승을 차지해 유로파리그 진출을 확정할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외 팀을 떠나는 게 확정된 다비드 실바의 빈자리를 메우는 작업도 진행될 전망이지만 스쿼드가 두꺼운 팀답게 대체 자원들이 이미 충분하긴 하다.
수비진을 둘러싼 영입설은 상당하다. 이탈리아 세리에A SSC 나폴리의 ‘월클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도 그 중 하나다. 현 수비진인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스왑딜에 포함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라이벌 맨유가 쿨리발리에게 먼저 접근했으나 맨시티가 이를 가로채려는 모양새다. 인터밀란 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 역시 맨유와 영입 경쟁을 하는 구도이며 맨시티가 여기에 갈수록 활용도가 줄어가는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를 맞교환 대상으로 끼워 넣으려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명가의 귀환이 눈앞에…재건 나선 ‘글로리 맨유’
지겹도록 거론된 잉글랜드 유망주 제이든 산초의 영입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가 유일한 걸림돌이었으나 이제는 그마저 해결됐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독일 분데스리가를 ‘씹어먹다시피’ 한 산초의 영입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팬들의 관심사다. 이미 도르트문트 구단에서 산초의 이적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다만 기존 측면자원인 웨일즈 기대주 다니엘 제임스의 입지가 적잖게 흔들릴 전망이다. 제임스는 최근 에이전트를 통해 다른 팀으로 임대를 가거나 이적하지 않고 주전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산초를 영입 못할 경우를 대비한 유력 후보 잭 그릴리쉬의 영입은 일단 가능성이 비교적 낮아졌다. 그릴리쉬의 소속팀 애스턴 빌라가 시즌 막판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하면서다. 하지만 여전히 에이스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혹사를 막아줄 자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 앞으로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그릴리쉬가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2선 전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매력이다. 이외 빅토르 린델로프를 대신해 해리 매과이어와 짝을 이룰 중앙 수비 영입설도 나오고 있으나 구체적이지는 않다.
또 다른 흥밋거리는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임대 신분으로 대활약한 골키퍼 유망주 딘 헨더슨의 복귀 여부다. 주전 다비드 데헤아의 후보 골키퍼로 남기에는 기량이 너무 출중한 게 고민이다. 최근 데헤아가 실수를 자주 범한 건 사실이지만 팀 내 최고 수준 주급을 받는 골키퍼를 유망주 골키퍼 대신 벤치에 앉히는 건 섣불리 할 수 없는 도박이다. 만일 그럼에도 핸더슨이 돌아온다면 ‘월드클래스 세컨드 골리’로 밥값을 해온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가 짐을 싸야 될지도 모른다.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의 이적시장 기조는 뚜렷하다. 핵심으로 활약할 ‘빅네임’을 데려오되 지나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나머지는 팀의 근간인 유소년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1군에서 자리 잡은 메이슨 그린우드가 새로 도착할 산초와 함께 우측면에서 경합하거나 중앙 공격수 앙토니 마샬의 백업자원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눈 밖에 난 듯한 우측면 풀백 디오고 달롯 대신 티모시 포수멘사를 더 활용할 기세고 여차하면 왼쪽 풀백 브랜던 윌리엄스가 유소년 시절 오른쪽에서도 활약했던 경험을 살려 뛸 수도 있다. 걱정거리는 오히려 ‘잉여자원’으로 전락한 알렉시스 산체스를 어떻게 처리할지 등이다. 올 시즌 EPL 마지막 골을 넣은 제시 린가드는 다른 팀 이적이 확실시되고 있다.
사자 군단 첼시, 이적시장에 돌아오다
지난 이적시장 참여를 금지당했던 첼시는 비로소 묶인 손발이 풀렸다. 어려운 환경에도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뤄낸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공이 크다.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유망주 위주의 팀을 구성했던 올 시즌과 달리, 이번 시장에서는 보다 즉시 전력에 가까운 선수를 데려올 전망이다.
가장 먼저 취약점으로 꼽힌 골키퍼 포지션이 보강 대상이다. 터키 쉬페르리그 트라브존스포르에서 터키 국가대표 출신 우르찬 차크르를 쉬페르리그 역대 최고액으로 데려온다는 소식이 최근 보도됐다. 여기에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의 주전 골키퍼 테어 슈테겐을 욕심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슈테겐이 워낙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데다 계약 기간도 2년 남아있지만 첼시가 자금력을 발휘해 매달리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또한 아틀렌티코 마드리드의 얀 오블락을 영입하려 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첼시는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레버쿠젠의 에이스 카이 하베르츠 영입에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독일 최고의 유망주 하베르츠를 데려오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첼시의 자금력이면 그다지 망설일 이유가 없다. 양 측면과 중앙 모두에서 활용 가능한 데다 득점력도 충분해 현재 다소 빈약한 첼시의 전방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적당한 자원이다. 2선에서 고군분투해온 크리스티안 퓰리시치와 상당히 위력적인 조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벌써 하베르츠를 이전의 에이스 에덴 아자르의 후계자로 부르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영입을 확정한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 티모 베르너의 활약도 첼시 팬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노장 올리비에 지루가 시즌 막판 쏠쏠한 활약을 했지만 주전으로 쓰기에는 나이가 많은 데다 램파드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역습 축구와도 상성이 좋지 않다. 빠른 발과 폭넓은 활동량, 순간적인 침투와 지능적인 플레이를 장점으로 하는 베르너를 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외 수비진에 레스터의 측면 주요전력인 풀백 벤 칠웰, 아틀렌티코의 센터백 호세 히메네즈 등을 보강하려 한다는 설도 나온다. 모두가 입맛을 다시는 세리에A 나폴리 수비수 쿨리발리의 이적에도 참전한 모양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