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자 최지만(29·탬파베이 레이스)이 우타자로 변신하고 홈런을 쳤다. 유독 좌완 투수에게 약한 결점을 극복하려는 시도와 노력이 전략 활용도를 높인 ‘스위치히터’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최지만은 “방망이를 휘둘렀을 뿐인데 담장을 넘겼다”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시속 177㎞로 날아간 그의 타구는 올 시즌 탬파베이 타선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측정됐다.
최지만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가진 2020시즌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탬파베이의 1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수확했다. 하나의 안타는 올 시즌 1호 홈런으로 기록됐다.
최지만은 0-4로 뒤처진 6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솔로 홈런을 쳤다. 상대는 토론토의 두 번째 투수 앤서니 케이. 케이는 앞서 3회말 1사에서 토론토 선발투수 토마스 해치로부터 물려받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만난 최지만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케이는 좌완 투수다. 좌완만 만나면 타율이 내려가는 최지만은 케이를 상대하면서 과감하게 타석을 오른쪽으로 바꿨다. 2016년 메이저리그로 데뷔한 뒤 5년차에 처음으로 선 우타석. 케이는 이런 최지만을 단 4개의 공으로 잡았다.
6회말에는 달랐다. 케이는 다시 우타석으로 나선 최지만의 기를 꺾으려는 듯 시속 145㎞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초구로 던졌다. 최지만은 이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최지만의 홈런 타구가 시속 177㎞로 131m를 날아간 것으로 측정했다.
좌완에게 약한 최지만의 불균형한 타격은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확보의 장애물로 평가돼 왔다. 최지만은 연습경기나 마이너리그에서 결점 극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종종 우타자로 출전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앞둔 연습경기에서도 오른쪽 타석을 밟아 2루타를 쳤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정규 경기에서 우타자 출전은 이날이 처음이다.
MLB닷컴은 “최지만이 전날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860타석을 모두 좌타자로 출전했지만, 이날 처음으로 우타석을 밟고 홈런을 쳤다”며 “최지만의 타구는 올 시즌 탬파베이 타선에서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했다.
최지만은 경기를 마친 뒤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3회말 우타석을 처음 밟았을 때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6회말에는 그냥 휘두른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첫 우타석 홈런을 담담하게 자평한 최지만과 다르게 탬파베이의 케빈 캐시 감독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5년간 (우타자로) 나서지 않다가 메이저리그 투수를 공략해 타구를 경기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날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탬파베이는 7회말 1점을 만회해 2-4로 뒤처진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기고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최지만은 9회말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올려 추격의 불씨를 당겼고, 후속타자 브랜든 로는 이어진 만루 기회에서 내야 안타를 쳐 4-4 동점을 만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 시즌에만 적용된 연장전 승부치기에서 탬파베이는 10회초 1점을 빼앗겼지만, 같은 회 말 케빈 키어마이어의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뒤집어 6대 5로 승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