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초 상용화한 5G 기술이 이번엔 우리 문화재를 알리는 전도사로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전시·관람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으로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서비스를 출시함으로써 국내 기술경쟁력을 알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SK텔레콤이 28일 출시하는 ‘창덕ARirang’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면 전설 속 동물 ‘해치’가 창덕궁 관람객의 스마트폰 화면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증강현실(AR) 캐릭터인 해치는 “나를 따라오시게”라는 말과 함께 화면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며 길 안내에 나선다. 창덕궁 곳곳에 대한 해설자 역할도 충실히 해내면서 역사 체험에 몰입감을 높여준다.
희정당과 후원 내부 등 문화재 보존을 이유로 출입이 통제된 구역도 고화질 360도 가상현실(VR)로 둘러볼 수 있고, 낙선재 안마당에서는 궁중무용인 ‘춘앵무’를 입체 화면으로 관람할 수 있다. 인정전 앞마당에서는 AR 캐릭터인 왕과 왕비가 화면에 등장해 관람객의 옆에서 사진 모델이 되어준다.
SK텔레콤은 문화재청, 구글코리아와 창덕궁을 5G AR 기술로 구현했다. 창덕궁은 1405년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이 건립한 궁궐로, 조선 5대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다.
‘창덕 ARirang’은 SK텔레콤이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첫 5G MEC(모바일에지컴퓨팅) 기반 서비스다. MEC는 초저지연성능을 높이는 5G의 핵심 기술로, 그동안 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 등의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 주로 활용돼왔다. 창덕궁 곳곳에 설치된 기지국에서 즉각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해 60% 개선된 콘텐츠 다운로드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언택트’ 문화도 서비스 출시를 앞당겼다. 궁 관람, 전시, 공연 등 문화 생활에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코로나가 바꿔놓은 일상의 변화들이 창덕궁 AR 가이드 서비스를 가장 시의적절한 문화의 무기로 만들었다”며 “오늘날 ICT 성과가 우리 문화유산을 더욱 값지게 하고, 우리의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창덕궁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전세계 어디서든 궁내를 관람할 수 있는 ‘창덕ARirang앳홈’ 서비스도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노인도 어디에서나 창덕궁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이 서비스들은 통신사와 관계없이 5G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5G 스마트폰이 없는 관람객을 위해 창덕궁에서 연말까지 안내용 기기를 무료 대여해줄 계획이다.
SK텔레콤 예희강 브랜드마케팅그룹장은 “세계 문화유산 가치를 5G 기술로 전세계에 전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ICT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