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매수 실패해도 유죄…대법원 파기환송

입력 2020-07-27 15:01
국민일보DB

마약류를 몰래 구매하기 위해 돈을 보냈다면 물건을 받지 못해 미수에 그쳐도 범행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마약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송금한 것은 범행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매매행위는 매도·매수에 근접하는 행위가 행해진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A씨가 매매대금을 송금했다면 매수 행위에 근접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하며 2심 재판을 다시 할 것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마약류 매수의 실행 착수 시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A씨는 2018년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대마와 엑스터시 등을 구매하기 위해 4차례에 걸쳐 판매자에게 돈을 보냈으나 물건을 받지 못해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세 차례는 판매자가 A씨의 돈을 받고도 마약을 보내지 않았으며, 다른 한 차례는 A씨가 다른 물질을 마약으로 착각하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는 대마와 관련한 범죄로 지난 2018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자숙하지 않은 채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고 하면서도 “대금을 송금했지만 받지 못해 미수에 그쳤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62만5000원을 명령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실제로 마약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범죄에서의 실행 착수는 해당 범죄 행위를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며 “마약류의 매수에서는 그 처분 권한 또는 마약류의 점유를 이전 매수인에게로 이전하는 행위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마약류 매수의 실행 착수가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A씨는 계좌로 대금을 송금했으나 연락이 끊어졌다”며 “매수인인 A씨가 마약 매수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심은 “마약류 매매 범행을 저지르기 위한 목적의 준비 행위가 있었다면 예비죄 또는 음모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154만5000원을 명령했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