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재벌3세, 페라리 사망사고 면죄부…폭발한 태국

입력 2020-07-27 14:59
지난 2012년 세계적인 스포츠음료 레드불의 태국인 창업주 손자가 교통경찰을 사망케한 당시 현장 모습. 출처: cnn.com

세계적인 스포츠음료인 레드불의 태국인 창업주 3세가 교통경찰을 사망하게 하고도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자 분노한 태국인들이 레드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법당국이 수사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결국 재벌 손자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정부와 검찰도 뒤늦게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27일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세계적인 스포츠음료인 레드불의 공동 창업주 찰레오 유위티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의 2012년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내려진 불기소 처분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전날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나루몬 삔요신왓 정부 대변인은 쁘라윳 총리가 이번 일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불기소 당사자인 검찰도 여론을 의식해 사건의 재조사에 나섰다. 웡사꾼 끼띠쁘롬웡 검찰총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관할 검찰의 사건 처리를 조사하기 위해 솜삭 띠야와닛 검찰청 차장을 중심으로 7인 패널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교통경찰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로 지난 2012년 체포된 레드불 창업주 찰레오 유위티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 출처: cnn.com

재벌3세이자 사건 용의자, 오라윳 유위티야. 출처: cnn.com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오라윳에 대한 유리한 증언 때문으로 전해졌다. 당시 오라윳 뒤에서 운전 중이었다는 두 증인은 그가 시속 60㎞ 이하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왼쪽 차선의 경찰이 갑작스럽게 차선을 바꿔 오라윳의 페라리 차량 앞으로 끼어들었으므로 사망 사고는 오라윳의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오라윳은 사고 당시 시속 177㎞ 속도로 차를 몰았던 것으로 파악돼 증언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 문제는 의회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연립여당을 이끄는 팔랑쁘라차랏당의 시라 첸차까 의원은 하원 사법인권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29일 위원회를 열고 검찰 및 경찰 관계자들을 불러 진상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태국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레드불을거부한다"(saynotoRedbull)는 해시태그를 걸며 레드불 불매운동에 나섰다. 트위터 캡처

태국 네티즌들은 SNS상에서 ‘레드불을 거부한다’(#saynotoredbull)라는 해시태그를 퍼 나르면서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에 레드불을 생산하는 TCP 그룹은 성명을 내고 “유튀티야 가(家) 구성원들이 TCP 그룹의 주주이기는 하지만 오라윳은 TCP 그룹의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레드불을거부한다"(saynotoRedbull)는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된 벽화 이미지. 트위터 캡처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자신의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 당시 오라윳은 사고를 낸 뒤 체포됐으나 보석금 50만 밧(약 1900만원)을 내고 석방돼 유전무죄라는 비난을 받았다. 유위티야 일가의 재산이 6조원 이상으로 태국 내 세 번째 부호였다는 점이 경찰의 봐주기 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에도 오라윳은 업무 등을 이유로 해외에 머물면서 8차례나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 세계를 유람하는 호화 생활 모습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되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특히 과속 및 음주운전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났지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2027년까지인데도 사법당국이 이번에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비난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