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의 전 외교관이 현지 남자 직원을 세 차례나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도 한국 정부가 진상조사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외교관은 현재 동남아시아 한 국가의 총영사관에서 일하고 있다.
뉴질랜드 스리텔레비전방송 뉴스허브는 지난 25일 심층 보도 프로그램 ‘네이션’을 통해 한국 외교관 A씨가 2017년 말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대사관 남자 직원을 상대로 세 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 뉴질랜드 경찰의 조사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컴퓨터를 고쳐달라며 해당 직원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고, 갑자기 책상 뒤에서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뒤이은 성희롱은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졌는데 A씨가 피해자에게 접근해 사타구니와 벨트 주위를 손으로 잡았다. 피해자는 이러한 사실을 대사관 내 상급자에게 보고됐지만, A씨는 몇 주 뒤 또다시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방송은 전했다.
하지만 A씨는 대사관 자체 조사에서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고, 그 어떤 잘못된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2월 웰링턴 지방법원은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
방송은 A씨의 성추행 의혹을 넘어서 진상조사를 거부하는 한국 정부에도 잘못이 있다고 비판했다. 뉴질랜드와 한국의 우호적인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A씨의 기소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뉴질랜드 외교부는 지난해 9월에 이미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상진 주뉴질랜드 한국대사는 해당 프로그램의 인터뷰 요청에 A씨에게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사는 그러면서 A씨가 언제 뉴질랜드로 들어와 조사를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가 뉴질랜드로 들어와 조사를 받을 것인지 여부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방송은 이어 뉴질랜드 정부가 한국 정부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지만, 모든 게 교착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이먼 브리지스 국민당 외교담당 대변인은 “외교적 상황은 복잡하다”며 “하지만 저신다 아던 총리와 윈스턴 피터스 외교부 장관이 이 문제를 모른 체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