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쌓인 우편물, 훼손된 도어락…월북 탈북민 아파트

입력 2020-07-27 14:32
강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20대 탈북민 김모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7일 그가 거주한 김포 모 임대아파트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다. 왼쪽은 훼손된 현관문 잠금장치(도어락). 연합뉴스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24)씨의 거주지인 경기도 김포의 한 임대아파트가 27일 수일간 방치된 듯한 모습이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으며,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고 한다. 현관문 앞에는 오랫동안 확인하지 않은 듯 우편물과 전단이 쌓여있었다고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김씨의 집 앞은 우편물과 광고 전단 등으로 어지러웠다. 현관문에는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는데, 지난 24일 도착한 이 안내문의 발송인은 ‘법무부 장관’이었다. 집배원의 재방문 일시는 27일로 적혀 있었다.

한 카드사가 보낸 우편물이 내용물 없이 찢어진 상태로 집 앞 복도에 놓여 있기도 했다. 인터넷 설치 광고 전단 등도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현관문 잠금장치는 누군가 강제로 진입하려 했는지 뚜껑이 열린 채 드릴로 뚫려 손상돼 있었다.

옆집에 거주하는 박모(39)씨는 “누가 사는지 모를 정도로 왕래가 없었다”며 “지난 25일 한 여성이 여자아이와 우리 집을 찾아와 옆집 사람이 자기 승용차를 빌려 간 뒤 되돌려주지 않아 왔다며 잠시 볼일을 보는 동안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해서 들어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여성은 전문가를 불러 드릴로 현관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 내부로 들어갔는데 짐을 다 뺀 상태로 비어 있었다”면서 “이 여성이 탈북민 유튜버인 것을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거주한 김포 모 임대아파트 현관문에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김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이 유튜버는 26일 생방송을 통해 김씨와 나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8일 새벽 2시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김씨의) 문자가 떴다”며 “‘누나 같은 분을 잃고 싶지 않았는데 죄송하다. 살아서 어디에 있든 간에 꼭 갚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 괜찮아. 그럴 수 있다. 누나는 이해해 줄게’라고 답장을 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했다.

이 유튜버는 김씨에게 자신의 승용차를 자주 빌려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달 17일 이 차량을 이용해 인천 강화도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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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아래층에 거주하는 A씨는 “평소 저녁과 새벽에 윗집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화가 났지만 항의하지 않고 참고 지내왔다”면서 “최근에는 이 소리를 잘 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B씨는 “기사를 보고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이 아파트에 살았다는 걸 알았다”면서 “다른 경비원이나 주민들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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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2017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뒤 직장에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김포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C씨를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경찰에 불구속입건됐다.

경찰은 이달 중순 김씨가 피해자를 협박했고 월북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구속영장을 신청,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김씨가 최근 인천 강화도에서 월북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