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가 출신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7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며 눈물을 흘리며 대국민 사과했다.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 17일 만에 나온 사과다.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장을 맡은 남 최고위원은 그동안 박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남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자체장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이 여성 유권자도 등을 돌리게 했다”며 “저부터 통렬하게 반성한다. 참담함과 자책감이 엉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남 최고위원은 사과 발언을 한 뒤 눈물을 보이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 최고위원은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였으나 당의 어젠다에서 젠더 이슈를 우선 순위로 이끌어가는 데 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있었다”며 “일례로 어렵게 단기에 젠더폭력 상담신고센터 설치 규정을 만들었으나 전담 인력을 배정받지 못해서 선거 기간에만 용역사업으로 외부 전문가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조사 심의를 거쳐 공천 배제가 된 성폭력 가해 지목인들이 선거가 끝난 이후에 신고한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할 때도 제대로 막아내기 참 어려웠다”며 “따라서 이번에 윤리감찰원 구조 안에 젠더폭력 신고센터를 두기로 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 최고위원은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 정치권의 성 불평등을 균형 있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이 달라졌고 국민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은 여성 유권자들을 분노케 하였고 웬만한 대책으로는 민주당에 다시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권력관계 성불평등을 성균형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 조직문화로 정착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남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조만간 민주당 내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성인지감수성 강화 교육을 할 계획”이라며 “보다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들을 포함한 당직자는 성평등 교육 연 1회 이상 의무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성폭력 가해자 또는 가해자로 지목될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할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국회의원도 보좌진 채용시 하위직에 집중해서 여성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직급별로 골고루 여성을 채용할 것을 이미 여러 번 국회에 권고했는데 민주당이 솔선수범해서 권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해자의 편에 섰던 당신이 이제와 울먹인다. 역겹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바꿔 부르자고 제안한 것이 당신 아니었냐. 당신은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지도 못하게 했다”면서 “그로 인해 피해자는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고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불행한 사태를 당신은 고작 자기들처럼 남성주의 권력에 빌붙어 사는 여성 아닌 여성, 명예남성들의 정치적 지위를 끌어올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며 “피해는 힘없는 여성들이 보고 재미는 힘 있는 여성들, 그저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인 분들이 보는 게 여성해방이냐”고 물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