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망자 1만4000여명 추산… “신고 사망자 10배”

입력 2020-07-27 13:54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27일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후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1만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까지 정부에 접수된 사망자 수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로 현재까지 드러난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7일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역대 가습기살균제 피해 실태조사 중 가장 큰 표본(전국 5000가구·1만54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약 627만명으로 추산됐다. 임산부나 만 7세 이하 자녀가 있었던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가습기살균제 노출 비율이 각각 1.2배, 1.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 경험자는 약 67만명으로 추산됐다. 가습기살균제 이용자 10명 중 1명꼴(10.7%)로 피해를 입었던 셈이다. 건강피해로 병원진료까지 받은 인구는 약 55만명으로 조사됐다. 질병별 피해인구 규모는 비염이 34만2111명으로 가장 많았고 폐질환(20만3060명), 피부질환(16만5537명)이 뒤를 이었다.

특히 폐질환·천식·비염 등 가습기살균제 관련 특정 질병을 진단받은 인구 중 사망자는 1만4000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에 접수된 사망자 수는 1553명으로 이번 연구에서 추산한 사망자 수의 11%에 불과하다. 정부에 실제로 건강피해를 신고한 수 역시 6817명으로 전체 추산 인구의 1%인 것으로 나타나 실제 건강피해·사망자 규모는 더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참위는 진상규명을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는 게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본모습”이라며 “정부가 의료보험 기록과 구매 기록 등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