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24)씨는 강화도 북쪽 지역 일대에 있는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8일 0시20분쯤 택시를 타고 강화읍에서 내린뒤 대북접경지역인 강화도 북단 철책선 배수로를 이용해 북한으로 헤엄쳐 건너갔다. 강화군 양사면 평화전망대 앞의 경우 북한과의 거리가 1.4㎞로 최단거리다. 이곳은 개성특별시와 연결된 개풍군까지 15㎞가량 가면 송악산에서 흘러나온 물줄기와 만날 수 있고, 개성특별시까지 갈 수 있다. 이곳은 남과 북을 연결하는 개풍대교를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해병대원들이 양사면 일대의 철책선 아래 수로를 고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군부대가 바로 옆에 있는 강화읍 월곶리 배수로에 가방을 버리고 철책선 방향으로 재입북했다면 강화대교쪽은 거리가 멀어 힘들고 북한과의 최단거리인 양사면 평화전망대쪽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청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김씨의 짐은 강화(월곶리)의 배수로에서 발견했다”며 “가방에는 .환전한 영수증도 있었고, 물안경, 수경도 있었고, 옷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환전한 금액은 48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뒷북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출입국 조회 해보니 출입국 사실이 없어서 출입국 금지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강화 교동도로 갈 때 사용한 지인의 K3 차량은 일산 쪽 중고차 상사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CCTV 추적결과 김씨가 강화 교동도에서 택시를 타고 강화읍 월곶리에 도착해 18일 오전 2시 20분쯤 월곶리 배수로에 가방을 버린 것까지는 확인했다.
경찰은 국과수 DNA 검출과 관련, 왜 구속수사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초기에는 김씨가 자진출석하고 범죄 혐의를 부인했지만, DNA가 나와서 증거가 확보돼 있어 그런 상태에서 특별하게 구속을 할만한 사항이 아니었다”며 “불구속 수사 진행 중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하고 소재가 확인 안돼서 그 이후에 구속 필요성이 생겨서 21일 영장을 신청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씨가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한 발언은 18일 오전 8시 50분쯤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17일 집주변에서 휴대전화를 끄고 경찰을 따돌렸다. 김포서는 18일 오후 6시36분쯤 보안계 직원이 여성청소년과에 연락해 오후 7시쯤 성폭력 피해 탈북여성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취했다.
김씨는 재입북을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탈북민을 위한 임대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에 퇴거신고를 하고, 보증금을 챙겨 19일 남북한 접경지역을 이용해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은 북한이 밝힌 김씨의 재입북 시점이다.
경찰관계자는 “(유튜버 개성아낙으로부터)19일 오전 1시 1분에 김포서 신변보호관에게 카카오톡 문자가 와 북한으로 가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했다”며 “김씨가 강화도로 가기전에 들렸던 식당이나 마사지 업소 등 행적에 대해서는 방역당국과 협조해서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12일 0시20분쯤 김포시 거주지에서 20대 탈북여성을 성폭행했으며, 피해여성의 남자친구가 2시간후인 같은날 오전 3시26분쯤 112에 신고했다.
관할 김포서는 인천의 한 병원에 있는 피해여성을 찾아가 증거물을 채취했으며, 피해자와 피의자 조사 및 감정결과 확인 등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 4일 국과수로부터 김씨의 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어 지난 18일 오전 10시32분부터 오후 8시50분까지 4차례에 걸쳐 “아는 동생(김씨)이 차량을 빌려간뒤 반환하지 않는다”며 김씨 지인인 탈북민 유튜버 김진아(개성아낙 운영자)씨로부터 112신고를 접수했다. 이 신고내용에는 재입북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경찰의 김씨 행적수사결과 김씨는 지인차량을 이용해 17일 인천 강화군 교동도로 이동했고, 다음날인 18일 오전 2시20분쯤에는 택시를 타고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 하차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에서 김씨가 소지했던 가방이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전 1시1분쯤 김씨 지인으로부터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고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는 내용의 SNS 제보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 20일 오전 11시 경기남부청 보안수사대에서 김씨 지인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조사내용을 토대로 20일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어 21일 성폭력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4일 위치 추적 등 신병확보를 위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재입북 관련 제보에 대한 조치사항 등이 적절했는지 철저히 조사해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관계당국과 김씨 재입국 행적조사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김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의심과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방역당국과 면밀하게 협조해 사실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씨에게 경찰에 신고한 탈북민 유튜버 개성아낙은 구독자 58만5000명의 거느리고 있으며, 26일 재입국 탈북민에 대한 속보영상은 29만명이 조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