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학적 제출 요구 거부…“단국대 가서 물어라”

입력 2020-07-27 13:11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학력 위조 의혹을 놓고 박 후보자와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충돌했다.

우선 정보위 간사인 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자료 제출에 성의가 없다”며 학력 위조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하 의원은 2년제 광주교대를 졸업한 박 후보자가 단국대에 편입학하면서 4년제 조선대를 졸업한 것처럼 학적부를 위조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 의원은 박 후보자에게 단국대 성적표 원본 제출을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저는 조선대에 다니지 않았다. 광주교대 2년을 다니고 단국대에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적 정리는 대학이 책임질 일이지 제가 학적을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성적을 가리고 제출해달라는 요구도 대학이 할 일”이라며 제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 의원은 “(자료 제출 거부 시) 학력 위조 의혹이 기정사실이 된다” “성적을 가리고 제출하는 데 동의하는 것이 증인을 위해서도 좋다”며 박 후보자의 관련 자료 제출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등의 하자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성적을 공개할 이유도 없다. 문제가 있으면 하 의원이 대학에 가서 요구하라”고 쏘아붙였다.

하 의원은 이어 “후보자의 학력 위조는 권력형이라는 말이 붙는다. 후보자는 2000년 권력의 실세였을 때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 단국대를 겁박해서 학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의 편입 35년 뒤인 2000년에 단국대 학적부에 ‘조선대’로 표기됐던 출신대학을 ‘광주교대’로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아무리 제가 청문을 받는다고 해도 사실이 아닌 것을, 위조, 겁박 이런 말을 하면서”라고 반발하자 하 의원은 “본질을 흐리지 말라”면서 다시 언성이 높아졌다.


박 후보자는 “단국대에서 졸업하라니까 했지, 학점 안되니 졸업 하지마라 하면 안했다”며 “하 의원도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학위증을 주니 나왔지, 본인이 확인하지는 않았지 않느냐. 그런 의혹을 나한테 묻지 말고 단국대서 물어봐라”고도 했다.

하 의원이 박 후보자를 향해 “판단력이 떨어진 것 같다.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하자, 박 의원은 “저희 국민들도 본다”고 되받기도 했다.

하 의원은 또 단국대를 다니던 박 후보자가 졸업에 필요한 전공필수 과목을 모두 이수하지 않았다고도 의혹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박 후보자는 전공필수 과목을 단 1학점도 듣지 않고 졸업 이수학점 160학점중 72학점이 비었다”라며 “단국대 측도 어떻게 졸업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에 “55년전이면 하태경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그때 사회적 개념과 오늘날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받아쳤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