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한 채 친구 구하다 익사한 남성… 법원 “의사자 맞다”

입력 2020-07-27 10:50

바다에 빠진 친구를 구조하다 숨졌지만 음주 등 본인 과실을 이유로 의사자로 인정되지 않은 남성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달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친구를 구하려다 숨진 A씨의 부인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8월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에서 지체장애가 있는 친구 B씨를 구하려 물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A씨의 부인은 남편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숨진 점을 고려해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신청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의사상자법 상 ‘자신의 중대한 과실에 의한 사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의 의사자 지정을 거부했다. A씨가 사고 당시 B씨와 함께 술을 마신 상태였고, 음주 상태로 바다에 들어가려는 B씨를 저지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를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술을 마시자고 권하거나 술을 마신 뒤 바다 수영 또는 스노클링을 하자고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술을 마신 B씨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B씨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고로 이어진 마지막 바다 입수는 B씨가 혼자 한 것이거나 먼저 앞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물에 들어가자고 적극적으로 종용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지체장애와 별개로 바다에서 20분 동안 50~60m를 오갈 정도의 수영실력이 있었던 점도 A씨의 의사자 인정에 유리한 점으로 참작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