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일수록 코로나 치명적”…英정부 정크푸드 광고 퇴출 추진

입력 2020-07-27 10:41
영국 정부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고열량, 고지방 가공제품인 정크푸드의 tv, 온라인 광고를 금지할 방침이며 해당 제품들은 식료품점 계산대 인근에 배치하는 것도 금지할 예정이다. 출처: independent.com

영국 정부가 정크 푸드(유해식품)의 온라인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비만일수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위험하다는 통계 결과가 나오자 영국 정부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27일 영국 정부가 유해식품으로 분류한 설탕 가공식품 및 패스트푸드 제품군의 TV 광고를 오후 9시 이전에 금지할 예정이며, 이 조치를 온라인상에도 확대 적용하는 여부를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에서 비만은 국민적인 현상이다. BBC에 따르면 성인 인구 2/3가량 및 초등학생의 1/3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또한 코로나19 중증환자 중 8%는 고도비만으로, 일반 체중인 경우(2.9%)보다 약 3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영국정부는 공식적으로 비만을 ‘시한 폭탄(Time bomb)’라 지칭하고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캠페인 및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비만을 다뤄야 하며, 과체중은 감염자들을 더 심각한 합병증과 죽음의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정부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가장 먼저 겨냥한 곳은 정크 푸드 광고 분야이다.

영국 암연구소가 ITV, 채널 4, 채널 5, 스카이 원 등 TV 채널에 방영된 식품 광고를 전수 분석한 결과 약 50%는 지방, 설탕, 소금이 많이 함유된 제품이었으며,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오후 6~9시 사이에는 그 비율이 60%로 증가했다.

영국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정크푸드 규제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영국 암연구소의 미셀 미첼 CEO는 “무분별한 정크 푸드 광고가 소비를 자극하고 유해 식단을 정당화한다”면서 “우리 단체는 TV 광고금지시간대 설정, 온라인 광고 규제, 대량 구매 금지 또한 강력하게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40여개 시민단체 연합인 비만건강연합의 캐롤라인 세니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시대적인 변화”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는 정크 푸드 대신 건강에 좋은 음식들이 TV, 온라인상에서 조명받을 것이며 시민들은 체중관리를 하도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계산대 근처에 초콜릿, 튀긴 과자, 설탕 가공식품의 배치도 금지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 계산대 근처에 전략적으로 배치된 제품의 43%가 고열량인 설탕을 함유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지방‧설탕 가공식품의 할인 행사도 금지할 수 있다고 BBC는 전망했다.

아울러 음식점 및 주점, 25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프렌차이즈 카페들은 메뉴판에 주류 및 음료 제품의 열량(칼로리)를 표시해야 한다.

맷 핸콕 보건장관은 “시민들은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아야 공평하다. 이는 시민들이 가족, 친구와 외출할 때 좋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영국 왕립 의과대학 총장 앤드루 고다드 교수는 “비만은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생물학적, 유전적, 사회적 요인의 결과”라면서 정부의 비만 예방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이전의 비만 정책들은 효과가 없었다”면서 “비만 및 다른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는데 성공하는 길은 바로 개인과 국가의 공동책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