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지체장애 친구를 구하려다 숨진 50대 남성이 유족의 소송 끝에 의사자로 인정받게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숨진 A씨(사망 당시 54세)의 부인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자 불인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8년 8월 11일 강원 지역의 한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다 바다에 빠진 지체장애 친구 B씨를 구조하려다 사망했다.
이후 A씨의 부인은 의사자 인정 신청을 했으나 보건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B씨가 위험에 처하게 된 원인을 A씨가 제공했다고 판단해 불인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에 따르면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다가 숨졌더라도 그 사람의 위험이 자신 때문에 발생한 경우에는 의사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지체장애를 가진 B씨는 왼쪽 어깨가 불편한 상태였고, A씨와 B씨는 사고 직전 수차례 스노클링을 하다가 물에서 나와 술을 마시기를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A씨의 행동이 타인에게 위해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며 A씨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술을 마시자고 권하거나 수영 또는 스노클링을 하자고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술을 마신 B씨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B씨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고로 이어진 마지막 바다 입수는 B씨가 혼자 한 것이거나 먼저 앞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물에 들어가자고 적극적으로 종용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친구나 동료끼리 함께 놀러 갔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에 처한 상대방을 구해야 할 조리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이는 직무 외의 행위로 자신의 생명·신체상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다가 사망한 경우”라고 밝혔다.
B씨가 비록 몸이 불편해도 수영 실력이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가 사고 당일 스노클 장비를 빌려 바다에서 20분 동안 50∼60m를 여러 차례 반복해 유영할 정도로 기본적인 수영 실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화랑 인턴기자